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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인터뷰

2009 에센 슈필 리포트 - 그리고 또 많은 게임들...

이제 에센 리포트도 슬슬 마지막을 향해 가네요. 이번에는 그 외의 많은 게임들 가운데서 눈길을 끌었던 작품들과 퍼블리셔를 살펴 봅니다.

사실 페어 플레이 차트니, 긱 버즈 차트니, 시상식이니해서, 많은 화제의 게임들이 있지만 그런 주된 관심 이슈들에 묻혀 잘 알려지지 않는 중소규모 퍼블리셔의 게임들 가운데는 너무나 아쉬운 작품들이 많습니다. 차트나 시상의 대상이 되는 작품 위주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은 사실 대중문화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만고불변의 법칙이겠지만요.

그런 점을 인식하고 오히려 페어기간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부터는 그런 작은 게임들을 찾아보려고 발품을 팔았습니다. 그리고 예상대로 재밌는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 목재 재질의 운치있는 게임들


메인 홀 쪽에 자리를 잡은 가이가믹은 잘 알려진 게임의 목재형 버젼 혹은 신작을 목재 재질로 만들었습니다. 자연스레 아이들 교육용 게임으로의 느낌이 짙었죠.





하지만 목재 재질 게임하면 웨이킥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발상 자체는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 핸들을 움직여서 플레이하는- 가정용 아이스하키/축구 게임을 연상케 하지만 자석을 이용해서 좀 더 간결하고 빠르게 게임을 할 수 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를 기본적 테마로 해서 축구, 테니스, 하키 등 종목(?)도 다양했고요. 다들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플레이 하는데 구경 한 번 안하고 그냥 지나치기가 힘듭니다.




그러고보니 프레스 센터에서 봤던 [팁 킥] 시리즈는 어떻게 플레이하는 것인가 궁금해졌습니다. 직접 찾아가 보니 이렇게 플레이를 하더군요.








- 또다른 신개념의 게임. 이비오


홍보 공세로 눈길을 끌었던 것 가운데는 '이비오'라는 새로운 기기가 있었습니다. 이비오는 한 개의 게임이 아닌, 여러 종류의 게임에서 공통으로 쓸 수 있는 일종의 전자 모듈입니다. 이비오를 사용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들이 여러개가 있었는데, 모든 게임들은 보드판 중앙에 이비오를 놓음으로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습니다.


각 게임에는 이비오에 삽입할 수 있는 SD 메모리가 첨부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이비오는 게임마다 다른 진행을 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는 이비오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성을 통한 지시가 있고, 이비오 상판의 입력버튼 (이 버튼 위에도 게임별로 필터가 끼워져서 버튼마다 다른 커맨드가 생깁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보드게임 위에 말을 놓았을 때의 말이 놓여진 곳의 위치 인식까지 가능하게 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간단한 퀴즈게임에 적용되는 사례입니다.




말의 위치를 인식하는 메커니즘이 보드 내에 회선이 내장되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기계로부터 말이 놓이는 곳의 거리 인식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이를 응용해서 간단한 아이들 게임서부터 성인용 게임까지 다양한 방식의 게임들에 적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첫 사용자들을 위해 이비오 모듈과 간단한 게임이 하나 포함된 스타터 킷부터 시작해서 거의 열 개에 달하는 라인업이 이미 갖춰져 있었는데요, 좀 더 발전시키면 복잡한 전략게임에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던젼 트위스터의 엑스박스 버젼


보드게임이 가정용 게임 기기의 플랫폼으로 나오는건 이제 흔한 일이 되었죠. 프랑스 산 인기작 [던젼 트위스터]는 새로나온 확장팩 못지 않게 엑스박스360 버젼으로 나온 [던젼 트위스터]의 홍보에도 열을 올렸습니다.

이건 (아쉽게도) 전시용 던젼.








- 즐거운 파티게임들


긱버즈 차트에서 초기에 의외의 인기를 얻었던 게임은 베지어 게임스의 [비어 앤 프레즐]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맥주와 프레즐'이죠. 룰 설명은 3분에 끝날 정도로 간단하기 그지 없는 게임인데요, 파티 게임 특유의 매력에 이끌려서인지 인기가 있었습니다. 한국 부스 참가자 중 한 분도 이 게임을 구입해 가시더군요.


최초로 탁자 위에 끈으로 랜덤하게 구역을 정한 뒤 플레이어들은 순서대로 각종 안주와 맥주가 그려진 패드를 한발자욱 떨어진 거리에서 던집니다. 목표는 구역안에 최대한 자신의 점수가 보이도록, 아울러 상대방의 점수가 가려지도록 던져야 하고 마지막엔 냅킨으로 상대방의 점수를 가려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보이는 점수들만 합산하고 맥주가 보일 경우에는 2배수를 해서 점수를 결정한 뒤 몇 라운드를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베지어 게임스는 이 게임과 함께 [에이지 오브 스팀]의 확장맵들을 판매했습니다. 난이도 상으로는 그야말로 극과 극의 게임들을 판매하고 있는 셈이죠.



폭소를 터뜨리는 게임으로는 이 게임 [Aargh! Tect]도 만만찮았습니다. (게임의 제목이 어떤 유명한 이름의 패러디라고 하던데 기억을 못하겠네요) 짝수 인원이 플레이 하고 팀플도 가능한 이 게임은 한 사람이 색색의 조각들로 이뤄진 특정한 구성을 상대방에게 설명하는 겁니다. 설명을 듣는 상대는 실제 조각들을 그 설명에 맞춰 구성해야 하죠.


문제는 그 설명을 우리가 알고 있는 '언어'로 설명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색깔은 제스추어로, 배치는 '우궁구', '카룽구', '콩구쿠' 같은 황당무계한 단어로 설명을 해야합니다. 양손을 들고, 발을 구르면서 "아쿵구, 마눙구!" 이러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저 위의 박스 일러스트가 이해가 갈 겁니다. 맞추면 방망이로 한 대, 틀리면 두 대를 때립니다.

어떤 자리에서 이 게임이 펼쳐지기만 하면 곁에서는 구경꾼들이 장사진을 이뤘습니다.





- 개성 넘치는 소규모 퍼블리셔들


폴란드 퍼블리셔인 쿠즈니아는 프레스 센터에서도 봤던 독특한 게임 [킹핀]의 제작사입니다. 쿠즈니아는 [킹핀]외에도 [쿵후], [라이스 워]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데요, 동양적인 감성이 담긴 게임들도 많다는 점이 독특합니다.


[킹핀]이 그래픽 노블인 -아울러 영화로도 만들어진- [씬시티]를 연상시키듯, [Wolsung]같은 게임은 애니메이션인 [아이언 자이언트]를 연상시키기도 했습니다. 메이져 영상물의 기시감을 만드는게 아마 이들의 전략인듯 합니다. 2인용 게임인 [킹핀]은 나중에 BM에서 따로 다뤄 보겠습니다.




트위스티드 윈즈라는 독특한 이름의 퍼블리셔는 [개미들 (Ants)]라는 신작을 들고 나왔습니다. 펀칭해야할 컴포넌트도 많고 레벨 타일도 퀸 게임즈의 [돈(Don)]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느낌이지만, 유명한 평론가인 톰 바셀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쏠쏠한 재미가 있다고 일컫더군요.





작은 퍼블리셔는 아닌데... 골든 지버스는 [사이코 펫]과 [피자 팔레티]를 발표 했습니다. 동물 대상 정신과 의사와 피자 배달이라는 테마가 독특했지만 그다지 화제를 모으지는 못했습니다.





시리우스라는 퍼블리셔의 두 게임 [우주 해적단]과 [삼총사]는 컴포넌트 측면에 있어서 관심을 끌었지만, 게임의 텍스트가 모두 독일어고 영문판 병행 판매도 없었기 때문에 깊이 알아 보기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더군요. [우주 해적단]은 아마도 프랑스에서 나온 게임인듯 하고 (디자이너가 [던젼 트위스터]의 크리스토프 벨륑거입니다.) 독일 배급사인 후치 앤더 프렌즈에서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 나름 묵직하고 심각한 게임들


전쟁 게임도 빼놓을 수 없죠. 전쟁 게임의 명가인 GMT는 배급사 부스가 작게 나와 있었고, 그외의 중소 규모의 워게임 퍼블리셔들이 자작품으로 등장했습니다. 히스토게임의 전쟁게임 [마리아]는 반응도 좋은듯 했습니다.


2인에서 최대 3인플까지 되는 게임으로 말 배치와 카드 드리븐이 적절히 섞인 게임이라고 합니다. 플레이 타임은 2시간을 훌쩍 넘는다고 하네요. 플레이 해볼 엄두는 안났습니다.



핀란드의 퍼블리셔인 투오넬라의 게임들은 프레스 룸에서부터 소소한 관심이 생겼었는데, 페어 기간 동안 이 회사 부스가 한국관과 인접해 있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투오넬라의 라인업은 작은 박스 사이즈의 게임들인 [모던 소사이어티], [소울 헌터스], [인퀴지시오]가 있었는데, 테마 이야기만 들어도 시간이 훌쩍 갈만큼 인상적인 게임들이었습니다.




[인퀴지시오]는 중세의 이단 심판, [소울 헌터스]는 고스트 버스터즈를 연상시키는 영혼 사냥, [모던 소사이어티]는 도시의 운영과 이데올로기 및 법안에 대한 정치적인 이슈등을 게임의 테마로 잡고 있습니다. 사실 [모던 소사이어티] 정도는 좀 더 밝은 분위기로 해도 될 법 했지만 분위기들이 다소 '다크'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게임들이 그렇게 어려운 편도 아니어서 호감이 생기더군요.

투오넬라는 이미 지난해에 [더 클럽]이라는 '클럽에서의 짝짓기' 게임으로 에센에서 관심을 모은 바가 있고, 이 때의 여세를 몰아서 올해 에센 기간동안 [더 클럽]의 아이팟 버젼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아이팟터치가 있으신 분들은 지금 앱스토어에서 구입가능하다고 합니다.)

투오넬라의 라인업 역시 BM에서 차후 상세히 소개할 예정이고.... 아마 보드엠을 통해서 직접 만나보실 수 도 있을듯 합니다.






- 스포츠 업계. 그 뒤에 있는 큰 손들.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들 가운데 'FM'이라는 게임을 즐기는 이들이 몇 명 있습니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길 "FM은 '악마의 게임'이다"라고 하더군요. 다른 이유가 아니라 한 번 빠지면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FM'은 'Football Manager'의 약자입니다. 말그대로 축구 게임이긴 하되 축구 자체를 즐기는 게임이 아닌, 축구 팀을 운용하는 일종의 전략게임이죠.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스포츠팀 운용이라는 테마는 보드게임과 연관성이 있을 법한데 그런 게임들을 이번 에센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미국게임인 [Match of the Season]. 커버는 스포츠 게임과는 상관 없어 보이죠? 아마 구단주의 모습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이 게임은 10년도 더 된 유명한 온라인 축구 경영 게임인 'Hattrick'의 보드게임 버젼입니다. 오래된 전통만큼이나 온라인 유저들도 엄청나게 많은데요, 한국에서도 접속 및 플레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http://www.hattrick.org/  (해트트릭 사이트)

'해트 트릭'의 보드게임 버젼인 [매치 오브 더 시즌]은 실제 축구 게임보다 시즌에 걸쳐서 진행되는 선수 영입 및 경기 운용의 큰 그림을 통해 성공적인 팀을 꾸려나가는 방식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 편 네덜란드 회사이자 - [팩토리 펀]으로 유명한 - 쿠왈라이는 [바스켓 보스]란 게임을 선보였는데요,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농구를 테마로 한 게임입니다. 역시 실제 게임보다는 팀 구성과 시즌 트레이드 등의 팀 경영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게임입니다. [팩토리 펀]에 비해 구성물도 훨씬 탄탄해졌고 재밌을 법한 게임이더군요.


이것은 쿠왈라이의 또 다른 귀여운 게임 [트리키 트랙]입니다. 동물들의 약육강식 순서에 착안해서 동물들 피겨를 늘어놓는 순서만으로 플레이하는 독특한 게임입니다.






- 페어 플레이 차트의 후위 주자들

몇몇 부스를 지나다가 어디서 봤는데...하는 게임들이 가끔 있었습니다. 페어 플레이나 긱 차트 하위에서 막판까지 선전을 한 게임들을 짧게 스케치해 봅니다.


장거리 전화를 연상케 하는 퍼블리셔 DDD의 [비단의 거리] 말 그대로 실크로드죠. 텍스트도 많지 않고 비교적 심플하게 진행되는 맛깔스러운 게임 같았습니다. 나중에 영문판이 분명히 나올거 같더군요.







영국 출신의 프레이져 라몬트와 고든 라몬트 형제의 회사인 프라고 게임스. (회사 명인 'FraGor'는 형제의 이름인 'FRAser'와 'GORdon'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앤틀러 아일랜드], [시어 패닉] 등 귀여운 사슴 내지는 양 인형이 떠오르는 퍼블리셔죠.

이들은 2009년 신작으로 [사바나 테일스]를 발표했습니다. [사바나 테일스] 역시 긱 차트나 페어 플레이에서 공히 잠시동안 화제에 올랐던 게임입니다. 부스 벽에 붙어있는 [스노우 테일스]가 눈에 띄죠? 네, 두 형제가 새롭게 발표한 레이싱 게임입니다. 이번엔 극지방에서 달리는 개썰매가 아닌 사바나 초원에서 달리는 타조들의 경주입니다.



[리더]나 [사바나 테일], [러시 앤 크래쉬] 등 레이싱 게임들이 은근히 눈에 띄는 올해였습니다.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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