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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인터뷰

여성리더들과 함께한 [팬데믹] - 10월 16일 이화여대 리더십 개발원



보드게임의 교육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계속적인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에 보드게임 자체를 학교 교육이나 회사의 워크샵 프로그램으로 사용하는 곳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 범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반경보다 훨씬 넓고 다양합니다.

지난 10월 16일에도 그런 시간이 있었습니다. 서울 신촌에 있는 이화대학교 내에 있는 '이화 리더십 개발원'에서 <기업 여성 인력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16일과 17일 양일간에 걸쳐서 개최했는데요, 첫날인 16일 협력게임인 [팬데믹]을 통해서 협력의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는 훈련이 있었습니다. BM도 그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본문 중 참가자들의 모습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블러처리했습니다.)




<기업 여성인력 리더십 프로그램>은 5회차를 맞이했는데요, 이전 회차에서도 이미 보드게임을 통한 프로그램이 좋은 반응을 얻어왔다고 합니다. [팬데믹] 시간은 프로그램 첫 날의 오전, 비교적 일정의 전반부에 위치했습니다.

코리아 보드게임즈의 [팬데믹] 한글판이 수북히...


잘 구성된 파워포인트 화면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분은 [노빈손의 아낄란티스], [셈셈 피자가게]등의 게임을 제작해온 (주) 행복한 바오밥의 이근정 대표님입니다. 이미 여러 기업체 프로그램에서 보드게임을 통한 시간을 주관해오신 베테랑이셨죠. 본인이 이대 출신이신 이근정 대표님은 이미 이대 리더쉽 개발원과는 돈독한 교분관계로 파워포인트 준비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미리 준비를 해오셨습니다.

바로 앞에 진행된 프로그램이 다소 지연되어서 예상했던 오전 10시 30분보다 더 늦어진 시간에 시작되느라 진행팀은 약간 조바심이 났습니다. 물론 마니아들에게는 쉬운 게임일 수도 있겠지만, 이곳 참가자들은 대부분 보드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직장인들이니까요. 설명과 제대로 된 한 두 번의 플레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2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 되었습니다. 점심 식사 전까지 갈 길이 바빴습니다.


파워포인트를 통해 룰 설명을 하고 계신 (주) 행복한 바오밥의 이근정 대표.



일단 이근정 대표가 파워포인트로 전반적인 룰 설명을 했습니다. 대다수가 보드게임 초보인 관계로 행사 전부터 난이도를 낮춘 하우스룰 적용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요. 결국 몇가지의 하우스 룰을 첨가했습니다. 우선.. 1) 핸드 제한 8장을 없앴고,  2) 카드 교환을 장소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숙련자들이 본다면 말도 안되는 파격이겠지만, 사실상 이 프로그램이 목적은 커뮤니케이션 훈련, 원래의 룰과는 다른, 다소 쉽게 변용된 룰임을 주지시키면서 참가자들의 이해를 쉽게하는 방향으로 진행했습니다.



(많은 보드게임들이 그렇듯) 설명 단계에서는 많은 참가자들이 난해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주요한 액션에 대한 설명은 두세번 정도 강조했지만, '확산'이나 '전염'같은 개념에서 몇몇 참가자들은 손사래를 치기도 했습니다. 반면 비교적 잘 이해를 하는 분들도 비교적 많았고요.

이근정 대표의 능숙한 설명이 끝난 후 드디어 플레이에 들어 갔습니다. 참여 인원은 대략 50여명. 3인 혹은 4인으로 한 팀이 게임 한 개씩. 모두 12개의 [팬데믹]이 동시에 플레이 되었습니다.



진행을 돕는 인원은 이근정 대표를 포함해서 모두 3명. 이들이 50여명의 직장 여성들과 동시에 진행한 [팬데믹]은 어땠을까요? 의외로 진행이 괜찮았습니다. 보드게임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세팅때부터 난색을 표했지만, 테이블 당 자기 차례가 한 두 번 돌아간 뒤로는 그럭저럭 각자 플레이를 잘 진행했습니다.

사실 [팬데믹]은 난이도가 쉽지만, 초반에는 딱부러지게 할만한 행동의 활로가 생각보다 넓은 게임입니다. 협력게임의 특색 그대로 어떤 참가자들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어떤 참가자들은 도우미들을 기다리는 피동적인 스타일로 진행하기도 했지만, 평균적으로는 생각보다 훨씬 유려하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12팀을 돕느라 (BM 기자를 포함한) 3명의 도우미들이 무척 바빴지만, 중반을 지나가고 나니 오히려 할 일이 없을 정도로 참가자들은 독자적으로 게임을 잘 진행해 나갔습니다. 가끔 어떤 테이블에선 탄식이 들리기도 했습니다. 물론 '전염'카드가 터지는 순간이었죠.


여러 팀이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분명히 알게 모르게 있을- 에러플을 세세히 체크하기 힘들다는 애로점이 있었습니다. 어떤 테이블은 감염 단계에서 지역당 큐브를 3개씩 놓는 에러플로 진행했더군요. 어쩐지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서 보드판에 큐브들이 수북하더라니..


진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 남짓.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터졌습니다. 물론 게임 승리 조건인 네 개의 치료제를 모두 개발한 테이블에서 나오는 박수소리였죠. 처음 해보는 협력게임에 지친 몇 팀들은 한 판 후 게임을 접었지만, 몇 몇 팀은 가속(?)이 붙어서 잽싸게 세팅을 다시 하고 두번째 판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쉽게 변용한 룰때문인지 12개 팀 모두가 승리를 하는 엄청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직장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과 업무 운용에서 필요한 기회 대비 선택의 메커니즘을 게임을 통해서 배울 수도 있다는 점이었겠죠. 모든 참가자들이 즐겁게 플레이를 했고, 모두들 보드게임에 대해서 새로운 인상을 가지게 된 모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서로 다른 직장에서 참가해서 아직은 서로간에 낯선 얼굴들이 게임을 통해서 친숙해지는 -이근정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Ice Breaking'의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습니다.



이 멋진 여성 리더들의 보드게임에 대한 인상이 언제 어디서 또 다른 열매를 맺게 될까요? 이런 좋은 모임이 계속 생겨나길 기대해 봅니다.


(취재에 도움을 주신 이화 리더십 개발원, (주) 행복한 바오밥, (주) 코리아 보드게임즈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