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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인터뷰

[딕싯]의 일러스트레이터. 마리 까르두와 초청 사인회 탐방 + 인터뷰

인사동 물파스페이스에서 진행되고 있는 '놀이의 탄생'전시회의 클라이막스에 해당할만한 이벤트는 최고의 인기 게임 [딕싯]의 일러스트를 그린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마리 까르두와의 초청 사인회였습니다.

[딕싯]은 이른바 '슬리퍼 힛트' 작이었습니다. 간단한 대화형 파티게임이 이처럼 세계적인 인기를 끌 것이란 예상을 한 사람은 많지 않았죠. 그림을 보며 진행하는, 말그대로 '감성' 게임인 탓에 게임의 구성을 만든 장-루이 루비라 만큼이나 게임에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당연히 수십장의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 까르두와였습니다.

까르두와의 초대는 '놀이의 탄생' 기획과 동시에 진행되었으며, '놀탄' 자체가 꽤나 빠듯한 일정 가운데서 준비되었던 전시회임에도 불구하고 초대는 비교적 순탄하게 이어졌습니다.

'놀이의 탄생' 주최사인 (주) 비저너리는 이를 위해서 [딕싯]의 유럽 총판을 맡고 있는 애스모디와 협력했고, 아울러 애스모디가 배급을 맡고 있는 이스타리나 문스터 게임도 도움을 주었습니다.


마리 까르두와는 지난 9일 입국해서 1주일간의 일정동안 꽤나 다양한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호기심과 도전정신(?)도 높아서 체류기간 동안 꽤나 다양한 한국 음식들을 경험해보기도 했고요.


사인회는 토요일이었던 10일에 있었습니다. 나들이 하기에 좋은 날씨 좋은 가을날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본격적인 추석 연휴로 접어드는 때이기도 해서, 또 대체적으로 보드게임의 제작에서 주목을 받는 것이 (아트워크를 담당하는) 일러스트레이터보다는 (게임의 시스템과 규칙을 만드는) 디자이너라는 점에서, 일러스트레이터와의 만남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찾아줄까도 역시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10일날 첫번째 사인회는 대성황이었습니다. 시작시간이었던 3시 즈음부터 20여명에 달하는 관객들이 찾아와 마리 까르두와와의 만남을 기다렸습니다.



까르두와는 에센 박람회 때처럼 참가객들의 인원수에 상관 없이 그녀가 늘 갖고 다니는 그림도구 세트들로 일일히 작은 그림들을 그려주는 방식으로 사인화를 진행했습니다. 일필휘지로 써내리는 사인회에 비해서 당연히 몇배의 시간이 들었지만, 그만큼 값진 사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것이 마리 까르두와가 늘 갖고 다니는 다양한 필기도구들과 색연필 들입니다. 디지털 작업을 배제하고 그리는 스타일이라 사인회 중간중간마다 휴대용 연필깎이로 정성스레 연필들을 깍기도 했습니다.




동시간대에 전시회장이 가장 많이 찼을때는 거의 30여명의 관객들이 함께 했습니다. 길어야 10초면 끝날 개인 사인이 그림을 그려주는 작업이다 보니 1인당 3~5분여에 달했습니다. 거의 쉼없이 진행하며 3시간을 내리 진행되었으니 그려주는 분들, 기다리는 분들 모두에게 만만치는 않았을-그러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참가객 한 분이 받은 그림입니다. 대부분은 [딕싯]의 게임 박스에 사인, 아니 그림을 받았는데, 몇몇 분들은 나온지 얼마 안된 [딕싯]의 두번째 확장인 [딕싯 오딧세이]를 들고 오기도 했습니다.




아이패드 뒷면에 사인을 받은 용자분의 인증샷! 사인을 해주기 전 까르두와는 계속 "괜찮겠냐?"고 연신 물었습니다.





사인회가 끝나고는 잠간의 간담회 및 질의 응답 시간이 있었습니다. 첫날 행사 동안 통역 및 의전을 해주었던 영화감독 이영미씨 (영화 [사물의 비밀])가 통역으로 수고해 주었습니다. 이 시간에 까르두와는 [딕싯]에 사용된 그림의 원화를 들고와서 각 그림들이 그려지게 된 모티브 등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아울러 질의 응답 시간에도 여러분들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확실히 대부분의 질문이 [딕싯]에서 사용된 그림들의 그리게 된 동기에 대한 질문들이었습니다. 어른들부터 어린이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가객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10일 초청회에서 사인회 일정이 너무 가열차게 진행되어서 전시회 자체를 너무 일찍 닫는 등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또, 그 뒤로 여러 차례의 문의가 있기도 해서 '놀이의 탄생' 측에서는 사인회 이벤트를 앵콜로 14일날 한 번 더 진햏했습니다.



아무래도 평일은 평일이었습니다. 아주 적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5시부터 진행된 2차 사인회에는 첫 날보다는 현저히 적은 인원이 왔습니다. 하지만 예의 사인 시간도 오래 걸리는 편이었고, 첫날보다 늦게 시작했고, 또 전시장 자체를 일찍 폐장해야 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적당한 시간동안 꽉 채운 일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참고로 입고 있는 옷은 첫 날 이후의 일정중 홍대 거리의 옷가게에서 구입했다고 하네요. 잘 어울립니다.






까르두와의 한국 초행길을 위해서 친구가 한 명 대동했습니다. 보드게이머들에게는 덱빌딩 게임인 [고수]로 알려진 프랑스의 퍼블리셔 문스터 게임의 엠마뉴엘 벨트란도였습니다. (부득이하게 기자와 찍은 사진밖에 없군요)  벨트란도는 까르두와의 이벤트와는 별도로 문스터 게임의 신작들 -[고수]의 확장, 일본 게임 [하타리]의 리퍼블리싱-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까르두와와 벨트란도는 15일 비행기로 돌아갔습니다. 에센에서 다시 만나길 기대해봅니다!






마리 까르두와와의 인터뷰 in 보드엠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이었던 13일. 마리 까르두와 일행이 보드엠을 방문했고, 짧은 인터뷰 시간을 가졌습니다.



- 이제 보드게임긱 사이트처럼 보드게임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어엿한 셀리브리티입니다. [딕싯]외에도 일러스트를 맡았던 작품들이 있던데, 이전에도 보드게임 일러스트를 한 적이 있나요?



> 아니요. [딕싯]이 제 첫 작품이었어요. 보드게임긱에 나와있는 작품 리스트가운데 [딕싯]외의 작품은 모두 그 이후 그린 것입니다. [딕싯] 직후에는 [마라케시]의 새로운 버젼을 그렸고, 그 다음에는 안트완 바우자의 [포켓 로켓]을 그렸는데, 역시 그 게임의 새로운 버젼의 일러스트였어요.



- [7 원더스]의 디자이너네요. 최근에 한국에서도 유명해진 디자이너죠.



> 네, 재밌는 작업이었죠, [포켓 로켓] 이후에는 아이들 게임을 몇 가지 디자인 작업을 더 했어요. 실제 보드게임에 관련된 일을 시작한 것은 [딕싯]이 최초였죠.

 

- [딕싯]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출발된건가요? 그 시작점에 당신도 있었나요?


> 아니요. 저는 전적으로 그림만 그렸을 뿐이에요. 사실 [딕싯]의 배경은 좀 더 오래되었어요. 시작은 게임이 나오기 몇 년전 병원에서 학습장애가 있는 아이들의 의사소통을 위한 재활/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기획 되었어요. 시범 케이스가 성공을 거뒀고, 그것이 [딕싯]의 시작이 되었다고 해요. 보드게임의 제작 단계가 되면서 저한테 의뢰가 들어왔고, 저는 포트폴리오를 보내주었죠. 그것이 [딕싯]의 시작이었어요.



- 모든 그림이 [딕싯]의 기획 이후에 그려졌나요? 이전에 그린 그림을 사용한 것이 있나요?

 

> 모든 그림이 다 [딕싯]을 위해서 그려졌어요. 그림들을 한 장 한 장 그려가며 아이디어들을 나눴죠.




- [딕싯]은 확실히 여느 보드게임과는 다른... 상상력이 동원되고 전략적인 면은 거의 없죠. 그런 점에 있어서 [딕싯]의 그림을 그릴때 각각의 그림에 대한 일종의 '정확한 해석'을 염두했었나요?


 

> 솔직히... 아니요. (웃음)  그림을 그릴때 무엇을 표현하려는 것인지는 알고 그리게 되지만, 의미에 있어서는...  디자이너인 장 루이가 저에게 원하는 그럼에 대해 설명을 해줄 때, 때로는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말하는지 모두 이해하지는 못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냥 계속 그렸죠. 아시다시피 [딕싯]은 상상력과 그 표현에 대한 게임이니까요. 여러가지 경험과 감정에 대한 게임이기 때문이고, 그것에는 정답이 없이 모두들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죠.




- 토요일날 첫번째 사인회의 질의 응답 시간때, 어떤 참가자가 계단을 오르는 신사를 그린 그림에 대해서 물었고, 그때 그림의 영감을 (짐 캐리 주연의 영화인) [트루먼 쇼]에서 얻었다고 하셨죠. 일러스트의 영감의 원천이 영화나 책에서도 많이 생기나요?


> 영감을 얻기 위해서 읽거나 영화를 보지는 않아요. [딕싯]때는 특히 그랬죠. 그냥 보통 사람들 처럼 즐길때 즐기는거죠. 하지만 그런 감상들 뒤에 남는 잔영에서 어떤 영감을 얻을 때가 있죠.



- [딕싯]이 이처럼 세계적으로 호응을 얻는 게임이 될거라는 생각을 했나요?


> 아니요. 전혀요. (웃음) [딕싯] 이전에는 보드게임 일러스트를 그려본 적도 없고 사실상 보드게임 시장에 대해서도 잘 몰랐어요. 이 작품을 계기로 시장에 대해서 알게 되었죠. SDJ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여러가지 행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또 그 규모에도 놀랐어요. 사실 한국에서의 이런 이벤트도 놀라웠죠. 매일매일 이 분야에 대해서 새로운 것을 배워가고 있어요.



- 그렇다면 플레이어로서 게임을 해본 경험이 많지는 않을듯 한데...


> 그래도 이 일에 관련된 이후로는 많은 게임을 배웠어요. 대부분은 파티게임이었죠.



- 한국의 인상은 어떻셨나요? 아울러 '놀이의 탄생' 전시회는요?


> 정말 놀라웠고 감동적이었어요. 사실 한국에 왔다는 사실과 이 곳에서 본 수많은 볼거리들의 놀라움보다도, 한국의 친구들이 베풀어준 친절함이 마음에 계속 남을거 같아요. 전시회도 역시 놀라웠고요. 그 곳에서 만난 분들께 사인을 해드릴때 좋아하시던 그 모습 덕분에 저도 너무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혹시 또 다른 보드게임 작업이 게획되어 있나요?

> 당장은 없어요. 보드게임 작업을 하는 것도 좋지만, 현재로서는 원래 하던 작업들 - 아이들 책이나 우편엽서, CD 커버 일러스트, 캐릭터 작업등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딕싯] 이후로 많은 제안들이 들어왔을거 같은데요.

> 네, 사실 보드게임은 작업간에 있어서 의뢰자의 요구가 많은 작업이에요. 그래서 하나의 기획을 할때 몰두할 각오를 해야해요. 그래서 당장은 저의 기본적인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딕싯]에서 쓰인 그림들이 포트폴리오가 되어서 제 경력에 도움이 되고 있기도 하죠 (웃음)





- 한국의 팬들에게 인사 한 마디 해주세요.


> 한국에서의 따뜻한 환대와 관심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