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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진정한 보드게임쟁이들을 위한 게임 - 보드게임긱 게임 (The BoardGameGeek Game)


[보드게임긱 게임]은 게임 자체보다도 이 게임의 퍼블리싱 과정이나 그 배경의 이야기가 더 회자가 되는 게임입니다. 보드게임계에서 가장 명망있는 포탈 사이트인 보드게임긱(http://boardgamegeek.com)이 사이트 런칭 10주년을 맞이해서 [리프 인카운터]의 작가인 리처드 브리스와 함께 만든 게임입니다.

게임 제작시부터 화제가 되었던 [보드게임긱 게임](이하 [BGGG])은 선주문으로만 구입을 해서 2009년 에센 현장의 R&D 게임스(리처드 브리스의 퍼블리셔) 부스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정판'이라는 떡밥은 많은 유저들로 하여금 애간장을 타게 했지만, 사실 에센이 끝난뒤 두달여가 지난 지금도 해외 주문에 능통한 사람에게 그렇게 구하기 힘든 게임은 아니라고 합니다.


[BGGG]는 기획이 실제로 나온 작품의 질을 뛰어넘는 사례 중 하나로 들어야 할만큼 볼거리가 많은 게임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게임 박스의 옆면에 있는 수많은 그림들입니다. 이 그림들은 미리 신청한 1000명의 긱회원들의 아바타로 말그대로 게임을 긱 회원들이 만들어간다는 참여의 의의를 한껏 더해주는 배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게임중 보유한 타일을 가리기 위한 가림막에는 유명한 5개 퍼블리셔의 로고가 그려져 있습니다. 모든 퍼블리셔들은 [BGGG]를 위해 자사의 로고 및 게임의 사용을 허락했습니다. 판권을 얻지 못해 패러디 형태로 이미테이션 로고나 배우들 이름을 썼던 [트라움 파브릭]의 재판들 -[헐리웃 블록버스터], [드림 팩토리]-이 생각나네요.


각 게임 타일들의 이미지 역시 실제 게임들입니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5개 퍼블리셔들에서 출판된 게임들입니다.


보드게임긱 사이트를 이용하는 유저라면 너무나 친숙한 사이트의 마스코트 어니입니다. 여기서는 선마커로 쓰입니다.


주사위들. 이 친구들 주사위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게임 중 매장에 들러 게임을 구입하는 긱(Geek)들입니다.


콤포넌트들 가운데 가장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역시 게임보드입니다. 가림막과 타일에 나와있는 5개 퍼블리셔들 외에도 우리가 떠올릴 수 있을만한 유수의 제작사들의 게임들, 콤포넌트 들이 보드판 이곳 저곳에 빼곡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상점 중 하나인 [It's All in the Game]. 상점 안에 [푸에르토 리코]의 그 아저씨가 보입니다. [아크]. [보난자] 같은 게임이 보이고 하단부에는 비교적 최근작들인 [스노우 테일스], [아그리콜라], [마추픽추이 제후들]이 보입니다.


창밖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바깥을 응시하는 저 남자는 [쇼군]의 그 장군! 그외에 [티켓 투 라이드], [파워 그리드]. [산후앙] [트룬 운트 탁시스] 등이 보입니다.


[파워 그리드]의 아저씨가 있는 가게. 이름이 [Reiner Shine]입니다. [르아브르], [코스믹 인카운터], [라 시타], [줄로레또] 등이 보이네요.


보드판에 나와있는 그림들이 어떤 게임인지 긴가민가하다면 보드판 뒷면을 보면 됩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은 게임들이 이 하나의 보드판에 그려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게임 중 두 가지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하나는 게임 제작사로서 보드판 위에 있는 6군데의 게임샵에 자사의 게임들을 공급하고 그 수익을 얻어야 합니다. 이 수익은 게임 중간에 계산 됩니다. 또 한가지 역할은 게임을 사러 다니는 긱-아까 언급한 주사위-으로서 플레이어들은 각각 '세 명'의 주사위를 갖게 됩니다.


점수는 긱골드(Geek Gold)로 계산 됩니다. '긱 골드'는 실제 보드게임긱 사이트에서도 통용되는 가상의 통화입니다. 사이트에서는 자료 등록을 비롯해 사진 업로드 등의 활동을 통해서 얻을 수 있고, 이렇게 얻은 긱골드로 자신의 아바타나 마이크로뱃지 등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물론 [BGGG]에서는 오로지 게임에 전념해야 긱골드를 얻을 수 있고, 가장 많은 긱골드를 얻은 플레이어가 승리합니다.

게임 시작시에는 10의 긱골드를 갖고 시작합니다.



게임의 첫 단계에서는 퍼블리셔의 역할로 각 게입샵에 자신의 게임들을 공급합니다. 공급 수량은 자유이지만 당연히 팔릴만큼만 공급해야겠죠. 게다가 게임샵 당 공급받을 수 있는 게임의 가격범위도 정해져 있습니다. 6개의 게입샵은 1부터 6까지의 넘버링을 갖고 있는데, 각 넘버링의 숫자와 같거나 1이 크거나 작은 범위의 숫자를 갖고 있는 게임을 공급 받을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5번 게임샵은 타일에 4나 5, 6이 쓰여진 게임만 공급 받을 수 있는거죠. 1번 게임샵은 가장 저렴한 1 혹은 2가 쓰여진 게임들만을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게임을 사러온 긱들이 각각 게입샵에 들어갑니다. 안타깝게도 이 긱들에게는 자유의지가 없습니다. 굴려져서 나온 눈의 결과에 따라 반드시 해당하는 가게로 들어가야 합니다. 따라서 플레이어들의 뜻과는 상관 없이 어떤 가게는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고, 어떤 가게는 파리만 날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움직여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들을 움직이는 것은? 바로 광고와 홍보입니다. [BGGG]에서 광고와 홍보는 자신의 긱골드를 1씩 제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광고의 경우에는 약간의 운이 따르는 주사위 굴리기로, 홍보는 인접한 가게로 자신의 긱들을 움직입니다. 이를 통해서 긱들은 공급을 파악하면서 여러 가게에 균등하게 분포하게 됩니다.


다음은 선을 정합니다. 선은 1번 가게서부터 긱을 가장 많이 놓은 사람으로 정하게 됩니다.



이제 두근두근 뒤집혀져 있던 게임들의 정체가 드러나게 됩니다. 어디에 게임이 많더라하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긱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로 그 가게에서 팔 수 없는 물건도 생기게 됩니다.  해당 게입샵에서 판매할 수 없는 가격범위의 게임은 곧장 해당 샵에서 제거되어 자선가게로 들어가게 됩니다. 심지어 상대방을 낚기 위한 공백 타일도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는 1번 샵에 들어갔던 [에이지 오브 스팀]이, 그리고 2번 가게에 들어갔던 공백 타일이 빠져 나옵니다.



이제 샵에 있던 긱들이 게임을 구입할 차례입니다. 상황에 따라서 구입할 수 있는 수량이 변했기 때문에 전적으로 선을 잡는 것이 유리합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헛걸음을 하는 긱들도 생깁니다.


주황색 긱 한 명이 6번 가게에서 헛걸음을 했습니다. 웬지 주사위의 표정이 보이는 듯 합니다.



구입한 타일들은 가림막 뒤로 가져 옵니다. 구입을 위해 돈을 지불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해당 게임의 퍼블리셔들이 돈을 벌게 되죠.



각 퍼블리셔들은 이번 라운드에서 자신이 판 게임들의 현재 시세에 따라서 자신의 점수 마커를 올립니다. 이것이 실질적으로 게임 중간에 얻게 되는 긱 골드들입니다.


물론 가져오는 게임들도 그냥 생각없이 가져와서는 안됩니다. 가져온 게임 타일들의 색깔과 숫자 조합에 따라서 추가 긱골드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 추가 긱골드는 6 라운드 이후에 계산합니다. 따라서 게임 중간에 판매한 게임들을 통해 얻은 긱 골드, 그리고 자신의 긱들이 사온 게임들을 토대로 조합된 타일의 구성에 따라 얻은 긱 골드를 합친 것이 자신의 최종 점수가 됩니다.

일단 테마의 독특함은 [BGGG]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자신이 판매자가 되고 또 구매자가 된다는 점은 늘 지름신과 씨름을 하는 보드게임 유저들에게 너무나도 와닿는 테마이니까요. 그리고 다양한 아이디어로 이를 잘 구현해내기도 했습니다.

다만 게임이 익숙해지기 전까지 맥을 잡기 힘든 구석도 있습니다. 게임 중반에는 타일을 컬렉팅 하면서, 아울러 이를 위해서 상대방에 점수를 주어야 하는 것인데 이 선을 어느정도 해야 할지 약간 막연한 감이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공백 타일이나 가격 범위가 다른 타일을 놓음으로서 상대방을 낚는 액션 역시 어느 선까지 유도해야 할지 약간 모호하기도 하고요.

첨예한 전략이 있어서 몇 번이고 또하게 되는 리플레이성이 다분한 게임은 아닙니다. 하지만 첨부터 언급했듯이 [BGGG]는 게임보다 그 기획의 질이 뛰어난 게임입니다. 타일에 쓰여진 친근한 게임들을 언급하면서 시장바닥같은 분위기를 유발한다면 [BGGG]는 여느 게임보다 훌륭한 경매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드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제작사나 게임의 타이틀들이 생소한- 플레이어라면 [BGGG]는 그냥 추상전략과도 같은 경매-셋 컬렉션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BGGG]의 기획이 주는 힘은 꽤나 강렬합니다. 컴포넌트의 질도 괜찮거니와 그 컴포넌트 하나하나를 통해 전달되는 체감도 역시 상당하죠. 이런 체감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아쉽기도 하지만, 구하기 쉬운 편이 아닌 이 작품을 구할 정도라면 어느정도 이 대상에 속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죠.

사실상 [BGGG]란 게임을 바라보는 관점은 10년 전통의 유명한 포탈 사이트, 그리고 그 사이트들을 체워갔던 유수의 게임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도록을 감상하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이런 느낌을 역시 또 하나의 보드게임으로 만들었다는 자체만으로도 [BGGG]의 의의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