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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비즈니스'에 강세를 두라 [디노 비즈니스]


디자이너 : 케빈 김 & 수
퍼블리셔 : 플레이오프
플레이인원 : 2~4
플레이시간 : 60분
게임연령 : 7세 이상


[디노 비즈니스] 첫 인상만 따진다면, 약간 게임에 대한 감을 잡기 어려운 바가 없지않아 있습니다. '공룡의 경제'라니... 그냥 단순히 공룡들을 객체로 셈하는 게임인건지, 아니면 공룡들을 의인화해서 CEO가 된 공룡들의 사업을 다루는 테마인건지, 그래도 명색이 '공룡'인데 [에보]같은 게임처럼 영역을 차지하고 세력을 다투는 게임인건지... (그러고보니 구획이 나뉘어진 섬이라는 점에서 [에보]와 맵이 비슷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감이 안잡히는 첫 인상 자체가 게임의 약점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속내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90년대 초반에 나와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마이클 크라이튼 (얼마전 타계했죠)의 소설인 [쥬라기 공원]의 모티브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책을 안읽었더라도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을 맡았고, 이후의 성공으로 3편까지 나왔던 영화판이 워낙 유명하기에 아마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디노 비즈니스]는 DNA 재생으로 공룡들을 부활시키고 이 공룡들을 섬에 배치해서 공룡공원을 만드는 CEO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디노 비즈니스'입니다.


방금전 언급한 [에보]는 카드 액션의 구성에서 물이 좀 새긴 하지만 나름대로 꽤나 첨예하고 치열한 공룡 전략 게임이었습니다. 자신의 입지를 잡기 위해서 상대방을 공략해야 하는 전투적인 게임이었죠. 하지만 [디노 비즈니스]는 그런 전투적인 면모는 없습니다. 반면  새롭게 태어나는 공룡들의 터잡이를 위해서 사전에 그야말로 경제적인 형태의 액션들이 가미 됩니다. 공룡을 테마로 하되 그 진행은 온전한 경제게임인 셈입니다. 사실상 매뉴얼 없이 컴포넌트만 세세히 살펴봐도 쉽게 눈치를 챌만 합니다.


일단 첫 단계는 라운드에서 '시장을 형성'합니다. 선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굴려서 육식 공룡의 DNA, 초식 공룡의 DNA, 기술, 그리고 공룡의 알이 몇 개만큼 시장에 올라갈 것인가 결정합니다. 모든 카테고리가 주사위 한 개에 의해 결정되니만큼 단순한 작업이긴 하지만, 한 개의 카테고리의 수량을 임의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약간의 변수를 가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액션을 통해서 시장이 형성되면, 플레이어들은 경매를 통해서 이 요소들을 가져옵니다. 이런 경매 페이즈는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특정한 자원들에게 희소성이 생겨서 플레이어간의 경쟁이 몰릴 수도 있고, 아니면 필요한 자원 자체가 아주 빈약하게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런 페이즈가 반복되다 보면 시장 구성의 책임을 맡은 플레이어가 한 개의 카테고리를 조작할 수 있는 자격이 꽤나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자원 수집의 기본적인 방향성은 공룡 알에 적힌 '부화를 위한 DNA 구성'입니다. 기술 DNA는 초식 혹은 육식 공룡 모두에게 공히 필요하고 공룡의 레벨에 따라 필요한 DNA의 수량이 달라집니다. 레벨이 높은 공룡일수록 DNA가 더 필요하고 이런 공룡일수록 점수가 높은 것은 물론이겠죠.


사실... 이 사진에 오류가 있습니다. 뭘까요? (플레이 해보신 분들은 쉽게 아실듯)


자신이 소유한 알에 필요한 DNA의 정족수가 모이면 곧장 공룡이 태어납니다. 게임의 단계에 따라 나뉘어져 있는 구획에서 공룡 마커를 올리는 것으로 이를 표시합니다. 이는 공룡알에 적힌 점수를 획득한다는 것과 섬의 구획을 선점한다는 이중의 의미가 있습니다.



게임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플레이어들은 계속 공룡들을 만들어 자리를 선점합니다. 아울러 자신의 공룡이 한 구획에서 인접했을 경우에는 보너스 점수가 주어지기 때문에 공룡의 배치에도 신경을 써야합니다.


굉장히 건조하게 게임룰을 설명한듯 하네요. 아마 이쯤까지 오면 딱 떠오르는게 느낌이 있으실 겁니다. [디노 비즈니스]는 아주 '쉬운' 경제게임입니다. 첨예한 전략을 기대한 분들을 만족 시킬만한 게임이 아니긴 합니다. 하지만 눈높이를 낮춰본다면 [디노 비즈니스]는 저연령 층에게 경제의 개념을 익힐만한 교육적 의의가 있는 게임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아이들이 익히기 쉽지 않은- 경매의 개념이 게임의 인터랙션에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이것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공룡이라는 테마에서 잘 살아납니다.



사실 어린이들과 성인이 함께 즐길만한 교두보 역할의 경제 게임이 생각외로 많지 않다는 점을 생각하면 [디노 비즈니스]의 존재는 좋은 미덕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행복한 바오밥의 [아낄란티스] 게임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소소한 게임 요소들에서 광의의 경제 개념을 잘 압축시킨 게임이라고 생각하는 편인데, [디노 비즈니스]는 그 선상에서 더 심플하면서도 이미지적으로는 '확 들어오는' 게임입니다. 애들끼리 있는 자리에 던져주면서 "옛다, 너네끼리 놀아라"라고 하기보다, 실제로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하기 좋은 게임이란거죠.



상환이 필요없는 펀딩의 개념도 이런 낮은 눈높이에 일조합니다. 게다가 이 게임에서의 펀딩은 '펀딩이라 쓰고 대출이라 읽는다'가 아니라 그냥 빌리는 개념입니다. 그리고 상환의 부담감보다는 대출시 -주사위 운에 따라서- 대출금액의 편차를 베팅할 수 있어서, 사실상 본격적인 전략게임에서는 부담감이 되는 대출이 이 게임에서는 역시 하나의 재미가 됩니다.




무난한 느낌으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만한 경제게임입니다. 세세한 룰로 따져가면 아쉬운 면모도 있습니다. 가장 가치가 높은 공룡의 지정자리 배치는 선점이 엇갈릴 경우 문제의 소지가 있고, 기왕 초식과 육식으로 분류된 공룡 피겨가 있는 이상 이를 갖고 뭔가 또 다른 점수 계산의 룰을 적용해도 될법하다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정도의 가능성에서 더 가지치기를 안한 것 역시 이 게임의 초점이 아이들과 부모님, 조카들과 삼촌,고모,이모의 재미적 공존(!)에 강세를 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두껑을 여는 순간 반짝이는 유리스톤과 공룡 피겨에 매료되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죠. 하지만 그런 아이들을 잠시 진정시킨 뒤 차분하게 [디노 비즈니스]를 즐긴다면 의외로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