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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인터뷰

커피향이 그윽한 모임. 정자동 슬로우 핸드와 분당 보드게임 모임


수도권 도시들 가운데서 신도시로 성장한 지역들 가운데 분당은 일산과 함께 제일 다양한 상권과 주거권을 갖고 있는 지역입니다. 이제는 진입하는 판교 지역의 엄청난 주택 입성과 함께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을 했죠. 그러다보니 온갖 편의시설과 상업시설들이 꾸역꾸역 들어서고 있고, 다른 신도시들의 발전상들을 목도한 이후의 성장이라서인지 나름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명소들도 적잖이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 가운데 지하철 정자역 근처의 카페 거리는 분당의 큰 명물 중 하나입니다. 사실 요즘은 너무 회자가 되어서 이미 과포화된 상태이긴 하고, 그 부작용도 적잖이 있는 곳이긴 하지만 외양이나 내부시설 모두 멋들어지게 꾸민 카페들이 줄줄이 늘어선 모습은 분명 볼거리입니다.

그런데 정자동에 소재한 한 카페에서 놀랍게도 정기적인 보드게임 모임을 계속 운영하고 있습니다. 카페 이름은 '슬로우 핸드'. 그리고 슬로우 핸드에서 격주로 진행하고 있는 보드게임 모임은 길지 않은 연혁에 비해 벌써 분당 지역의 대표적인 모임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8일 슬로우 핸드에서 있었던 분당 보드게임 모임을 찾아가 봤습니다.




사실 이날 모임을 찾아가기전 개인적으로 지인들과 함께 슬로우핸드를 방문한 적이 있긴 했습니다. 정자동에 있는 카페이긴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정자동 카페 거리'와는 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편입니다. 지하철로는 정자역보다는 수내역에 훨씬 가까운 편으로, 정자 사거리에서 백현 중학교와 백현 초등학교가 있는 블럭의 빌라단지 건너편에 자동차 정비업소들이 밀집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34-2 (위치 태그 참조)
031-718-1161


일단 낮에 찍은 슬로우핸드의 전경입니다. 이때가 대략 1월경이었으며 이후 약간의 내부 디자인이 바뀌었습니다. 당시 찍은 사진들을 먼저 보시죠.


단순히 프랜차이즈 형 카페가 아니라 원두 선별도 세심한 곳으로, 예전에는 커피교실도 운영했다고 합니다. 아주 기본에 충실한 로스터리 샵입니다. 요즘에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런 정통 로스터리 샵을 쉽게 찾기는 힘들죠.


네, 진열되어 있는 보드게임들입니다. 입문용 게임들도 많지만, 최신 게임들도 만만찮게 많죠. 바로 슬로우핸드를 운영하는 사장님 내외분이 보드게임 마니아들이십니다.  두 분과 친구분들은 지난해 강남에서 있었던 보드엠 송년파티에도 오시기도 했었죠.







지금부터는 2월 18일 모임 사진입니다. 이날 모임은 한동안의 리모델링 후에 오랜만에 있었던 분당 모임이었습니다.


낮에도 편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저녁 무렵에 가니 카페 거리에서 약간은 벗어난 곳에 있는 입지가 훨씬 더 아늑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정자동 역 주변의 카페 거리는 최근엔 너무나 포화상태여서 저녁 시간만 되면 차를 몰고 들어가는 것은 엄두도 못낼 정도로 교통량이나 유동인구가 많은 추세니까요.

물론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는 것이 카페 운영에 있어서는 맹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단골확보에 있어서는 훨씬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적북적한 카페 밀집지역은 선택의 폭은 넓겠지만, 그렇다해도 시장바닥 분위기와는 맞지는 않는듯 합니다.



잠깐 카페 구경 좀 하죠. 커피 뿐만 아니라 베이글, 와플 등 간단한 식사나 커피용 간식도 만날 수 있습니다. 나름 메뉴가 풍성해요.



앞서도 말했듯이 다양한 원두를 활용한 커피들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원두만 구입하러 오시는 손님들도 꽤 되시더군요.


원두나 필터, 드리퍼, 포트 등 집에서 마시는 분들을 위해 각종 장비(?)들도 구비했고요.




많지는 않지만 서가들을 비치해서 북카페 분위기도 조성해 놨습니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카페에서 생각할 법한 풍광이 다 어우러졌고, 여기에 보드게임까지 있으니 금상 첨화죠.



모임 당일날. 아예 CLOSE 간판으로 바뀌고 슬로우 핸드는 이제 온전히 보드게이머들의 장소로 바뀝니다.




회비 5천원에 따스한 원두 커피가 제공되는 모임입니다. 방명록 작성 등 정례화된 모임을 위해서 소소한 노력들을 하고 있더군요. 카페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굉장히 아기자기하게 보였습니다.

정기 모임은 격주로 금요일 밤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갖고 있습니다. 6시간 정도이니까 아쉬운듯 풍성한듯 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죠. 여러 보드게임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서 모임 공지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날 모임에도 어림잡아 열댓명 정도의 참가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모임을 위해 제일 중요한것. 보드게임들. 리모델링 전에는 벽에 있는 서가대에 몇 개 진열해 놓은 정도였는데, 모임때가 되면 아예 카페에서 보유중인 게임 몇개를 갖고 나와서 자유로이 즐길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참가자들이 개인적으로 갖고 오는 게임들도 환영이고요.


18일 모임때 돌렸던 게임들 입니다. 일단 모임 시작전에 오신 3분께서 [와이어트 어프] 3인플을 플레이 하고 계셨습니다.



몸풀기로 좋은 카드게임 [퍼레이드]입니다. 모임 시간 동안에는 카페 테이블 위에 테이블보를 덮는 세심한 운영의 묘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늘 즐거운 게임 [프레스코]입니다. 최근 확장판 발매와 더불어 상종가를 치고 있죠.




[케일러스] 플레이는 오랜만에 보네요. 한때는 참 열광했던 게임입니다. 2인플도 상당한 재미가 있어서 좋아했고요. 요즘엔 세팅이 귀찮아서 [케일러스 마그나 카르타]로 대신하긴 하지만, 그래도 축소된 느낌이 줄 수 없는 첨예한 전략이 녹아있죠.



론델 시스템 게임 가운데서 호평을 받는 [임페리얼 2030]입니다. 이날 모임에서 플레이를 기대했던 게임들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약간은 시간이 남는터라 [무엇이든 말해봐 (Say Anything)] 를 플레이 했습니다. 이 게임이 내놓고 있는 슬로우건은 룰설명 2분이라는 것이죠. 약간은 작문형태의 [딕싯]같은 느낌인데, 한 질문에 대해 매턴의 술래가 최적의 답안을 선정하고 이를 추첨/선정하는 방식의 게임입니다. 모임에서 초면인 분들이 많아서 약간 어색하기도 했는데, 이 게임은 사실 왁자지껄한 분위기에서 더 통하겠더군요. 그래도 나름 시간이 훌쩍 가는 재미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시간 관계상 모임의 마지막 까지는 있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야 했습니다. 사실 최근 일반 카페에서 보드게임 모임을 가지는 사례가 비교적 많아졌지만 가끔은 보드게임의 이해에 대한 차이로 약간은 이질적인 기분을 느끼기도 하는게 사실인데요, 분당의 슬로우핸드 모임은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이 모임을 주관하면서 운영 방향이나 부대적인 여건들이 너무나 훌륭한 모임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카페로서도 너무나 훌륭한 장소이기도 하고요. 분당 지역 사시는 보드게이머들이 있다면 모임 참가, 혹은 따스한 커피 한잔 하려 지인들과 들리기에 좋은 장소일듯 합니다.


좋은 카페, 건전한 모임으로 계속 꾸려나가시길 응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