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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인터뷰

2012 Essen Spiel #13 - AEG, 길드홀, 화이트고블린, 핀란드, 러시아 게임들

 

 

[나이트폴]의 송곳니가 인상적이네요. 미국 제작사 AEG의 부스입니다. AEG는 최근 몇년 일종의 기로에 서있었죠. 2009년부터 [썬더스톤]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다시금 활발한 활동을 했지만, 이후 일반 보드게임의 라인업을 축소시키고, 지나치게 덱빌딩 위주로 무게를 실는 바람에 고정 팬층은 생기더라도 외연을 넓히는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썬더스톤]이나 [나이트폴]의 피로누적 현상마저도 생겨버렸고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좀 다른 분위기의 보드게임들 라인업을 대거 갖추기 시작했고, 이를 위해 일본 게임 마켓에서도 좋은 작품 찾기에 심혈을 기울이는듯 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놀라운 소식이 있었고요.

 

 

 

그 새로운 도전의 시금석이라고 할 수 있는 [러브레터]입니다. 한정판으로 고급 파우치에 담겨있네요. 이 게임은 [크로니클]로 잘 알려진 일본 디자이너 카나이 세이지의 작품을 재판한 것입니다. 카나이 세이지 특유의 복잡한 듯 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담겨있는 좋은 게임인데요, 이 작품이 AEG를 통해 재판 되었다는 것은 여러모로 큰 의미가 있죠.

 

 

또 하나는 연작 게임 [템페스트] 시리즈입니다. '템페스트'라는 라인업 아래에 [도미네어], [메르칸테], [커티즈] 이렇게 3종의 게임이 같은 테마 다른 방식으로 발매되는 연작 게임입니다.

 

 

 

흔히 우리가 얘기하는 '어떤 게임의 카드 버전' 이런식으로 가지치기 프랜차이즈가 나오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는데, AEG는 이 라인업을 아예 3개 묶음으로 동시에 발매한 셈이죠. 게임의 볼륨감은 각기 달리하면서 연작으로 만들어지는 형태의 시너지를 노린 셈인데요, 현장에서는 3작품 공히 다 각기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작품 [길드홀]입니다. AEG는 올해 에센 박람회 현장에서 미공개 신작을 발표하기로 했고, AEG 의 회사 차원으로서도 무척 기대감이 큰 작품임을 예고한 바 있습니다. 애초에는 진작에 도착할 게임이었으나, 물류 사정상 금요일에 제품이 도착했고, 그 덕분에 기대치는 더욱 가중 되었죠.

 

 

현장에 도착한 [길드홀] 카드 게임이긴 하지만, 에센 현장의 프리미엄을 따질때 20유로면 아주 터무니 없는 가격은 아닙니다.AEG는 [길드홀]이 도착한 날 공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홍보에 에너지를 쏟아 부었습니다.

 

 

바로 이 작품은 [맥거핀], [일루전]으로 알려진 한국 디자이너 황소망씨의 작품입니다. 웬즈데이 게임즈 모임을 통해서 계속 개발 업데이트 되었고, 최종 제작 단계 및 초기 배급을 미국의 AEG가 맡은 독특한 경우라고 할 수 있죠. 한국 디자이너가 국내 프로덕션을 통해 만든 게임을 미국 제작사에서 배급한 경우는 거의 최초가 아닐까 싶네요.


 


잠간 웬즈데이 게임즈 부스로 오겠습니다. 엄연히 프로덕션이기 때문에 [길드홀]의 일부를 이곳 부스에서도 판매하고 있었고, 디자이너인 소망씨도 웬즈데이 게임즈와 같이 활동을 하고 있었거든요. 디자이너가 게임에 싸인을 해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AEG에서도 작가 싸인본이 판매되고 있는 흐뭇한 광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도 같이 게임을 했습니다. [길드홀]은 핸드에 있는 직업 카드를 내려놓으면서 카드 기능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직업별 카드는 각기 다양한 능력이 있는데, 그 능력의 단계는 이미 사용되었던 동종의 카드 장수에 의해 결정 됩니다. 이를 통해 점수를 딸 수 도 있고, 상대방 카드를 제거하거나, 교환, 기타등등이 가능합니다.

 

한편으로 카드에는 색깔이 있는데, 특정 직업 카드들의 다섯가지 색깔 세트가 완성도면 길드홀이 만들어지고, 액션 사용을 통해서 길드홀을 점수로 바꿀 수 있습니다. 게임 시작시 배정한 점수에 따라서 목표치를 먼저 달성하면 승리합니다.

 

소위 말하는 'fast-faced' -리듬감 있는 분위기의 카드 게임입니다. 한국 게임이어서 떠오르는 공치사가 아니라, 정말 뒷맛이 깊을 정도로 생각나는 게임이었습니다.


 

 

[길드홀]의 여정은 이제 시작일 듯 합니다. 현장에서 AEG는 이후 독일 페가수스 게임 (AEG의 독일 배급 판권이 독일 페가수스 게임에 있습니다.)을 비롯해, 일본 배급까지도 진행하게 됩니다. 현장에서 계약이 이뤄졌고요,  연두색 옷 입은 분이 일본 아크라이트사의 탁 노부아키, 그리고 오른쪽이 웬즈데이 게임즈의 이동훈 대표입니다. 맞은편 사람들은  당연히 AEG사의 중역들이고요.

[길드홀]이 프로토타입에서 결과물로 나오기까지가 비교적 짧은 기간내에 일사천리로 이뤄진 걸 생각해보면, 이 게임을 세계의 보드게임 샵 이곳저곳에서 만나는 날이 곧 올 듯 합니다.


 

 

 

독일의 유명한 게임 샵 슈필 오펜시브의 판매 부스입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오펜시브의 부스는 핫도그 집과 맞물려 있어서 진짜 '시장 분위기'입니다. 내년에는 좀 더 넓은 장소에서 부스를 열 수 있기를. 아무리 제작사 부스가 화제라해도, 진짜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은 이런 곳이니까요.

 

 

 

 

네덜란드 제작사인 화이트 고블린 게임즈입니다. 에센 박람회 즈음은 물론이고 연중 내내 다양한 게임들을 끊임없이 제작하고 있는 곳이죠. 그 저력이 해마다 놀라운 제작사입니다.

 

 

 

일단 고대 이집트를 테마로 한 게임을 두 개나 발표 했습니다. 하나는 [피라미디온], 또 하나는 [사카라]입니다.  건축과 경제 테마를 입히기 좋은 배경이 바로 고대 이집트죠.  두 작품이 테마는 비슷하나 메커니즘에 있어서는 상이한 형태의 게임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기대작이었던 [뉴 암스테르담]은 시제품만 나와서 구입은 못하고 시연만 해볼 수 있었습니다.

 

 

 

 

화이트 고블린 사 최고의 힛트게임인 [래투스]의 카드 게임 버전도 나왔습니다. 이제는 국지적인 규모가 아닌, 왕의 칙령을 받은 칙사가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진행하는 형태로 게임의 스케일이 간략해 졌고 훨씬 빠르게 진행하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자, 잠간 맑은 하늘을 보며 숨을 돌리고. 다시 강조하지만 이번 에센의 날씨는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따뜻한 날씨였습니다.

 

 

 

온라인 보드게임 포탈인 Brettspielwelt 뭐랄까. 아이패드나 기타 다른 플랫폼, 그리고 자체 온라인 대전 사이트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최근 몇년 동안 급속히 힘을 잃어가는 느낌이 드는 곳이긴 합니다. 예전엔 BSW라고 하면 즉문죽해였는데 말이죠.

 

 

 

그래서인지 올해는 좌표 인식으로 게임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플랫폼을 선보였습니다. 지금 카르카손을 하고 있네요. 키넥트나 위 같은 다른 콘솔 플랫폼이 아닌,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현장의 소란스러운 분위기와 맞물려 동작이 아주 시원하게 되는 편이 아니라, 약간 안타깝기까지 했습니다.

 

 

 

독특한 게임으로 말하자면 이 게임도 만만찮습니다. [TF-22]란 게임으로 고급 미니어쳐 게임입니다. 게임을 담는 캐리어가 재단된 폼 트레이일 정도로 고급스럽고 그만큼 고가입니다. 이 본 게임은 지난해 나온 작품이었는데요, 이 게임에서 수송에 대한 부분을 따로 다루는 [TF-22 Load!]를 올해 출시해서, 두 게임을 연계했다고 합니다.

 

저렴한 카드 게임과 초고급 미니어쳐 게임을 연계해서 양쪽의 분위기를 윈윈하는 형태인데요, 게임 자체의 플레이는 기본적인 유닛 운용 게임과 크게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수송파트를 다룬 카드 게임을 흡수해서 보급판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요즘 동구권의 제작사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죠. 러시아 퍼블리셔로 여러 유명 게임의 배급도 맡고 있는 하비월드가 올해는 몇몇 자체 제작 신작들을 내놓았습니다.


 

 

[베르세르크], [메트로 2033] 등 주로 판타지 혹은 SF 테마인데, 제품의 퀄리티나 게임의 재미도 상당히 쏠쏠한 편이라고 하네요.

 

 

출품한 게임들 가운데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셉티콘]입니다.

 

 

 

이곳은 제작사입니다. 지난해 [에볼루션]을 가지고 와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던 라이트 게임즈. 여기에 또 다른 프로덕션인 러시안 보드 게임즈와 공동 부스를 차렸습니다. 올해는 훨씬 더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고, 부스 분위기도 훨씬 북적북적했습니다. 이후로도 급상승이 예고되는 제작사입니다.

 

 

 

물론 그 핵심에는 효자 상품인 [에볼루션]이 있습니다. 올해에는 확장인 [Time to Fly]까지 가져오면서 박차를 가했고요. 여기에 지난해 또 다른 효자 상품은 [Potion Making Practice], 그리고 올해 발표한 [재패니스 캐슬]까지 다양했습니다.

 

그외에 작은 사이즈의 카드 게임들,[더 잼], [시노비]도 인기를 끌었어요.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훈훈했습니다.

 

 

 

또 아직은 신생 제작사임을 감안한 핸디캡을 보강하기 위해서 꽤나 적잖은 게임들을 진작에 아이패드용으로 이식해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게임의 메커니즘을 애플리케이션으로 즐기고, 모두가 즐기기 위한 게임 구매를 독려하는 방식이죠. 덕분에 저희는 [더 잼]이란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구입해서 페어 중간에 틈틈히 즐기기도 했습니다.

 

 

 

 

[블랙락 시티]라는 신작입니다. 혹시 '블랙락'이라는 이름이 친숙한 분들 계신지요? 제작사 이름이 블랙락 에디션으로 바로 인기작인 [더 보스]를 만든 프랑스 회사입니다.

 

 

 

자사의 회사명을 아예 게임으로 승화(?) 시킨 [블랙락 시티]. 서부를 테마로 한 대략 [더 보스] 정도 스케일의 게임이라고 합니다.

 

 

 

 

몇 해 동안 에센에 참가하면서 이 회사의 부스를 처음 본듯 합니다. 스웨덴 회사인 가이간토스콥. 이 회사 대표작으로는 [스팽크 더 몽키]와 [카블라모]가 있죠.  올해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역시 대표작인 [바다붐]의 재판으로, 새로운 이름은 [빅 바다붐]입니다.

 

 

일단 게임의 케이스가 실제로 저런 장난감 같이 생긴 폭탄 형태의 케이스에 들어 있습니다. 게임 자체도 약간 변형되어서 기존의 [바다붐]에 포함되었던 카드 외에도 추가 폭탄 카드들이 더 들어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만 해도 비교적 작은 부스였던 아티피아 게임즈가 부스 몸집을 제법 크게 늘렸습니다. 지난해에는 [드럼롤] 한개 뿐이었지만, 올해는 [어몽 더 스타], 그리고 킥스타터로 알려진 [브리프 케이스] 이렇게 두 개의 작품을 동시에 내놓았습니다.

 

 

 

에센에서 주목할만한 게임으로는 SF 테마의 [어몽 더 스타]를 많이들 꼽았지만, 실제로 관심이 가는 것은 [브리프 케이스]였습니다. 서류가방이라는 제목만 봐서는 회사원들의 이야기를 테마로 한 듯 했는데, 실제로는 도시 개발 프로젝트 게임이었습니다. 카드 배치와 운용 측면에 있어서 AEG의 [인피니트 시티]를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지만, 사실 게임은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싱가폴에서 온 게임 [Dash! A whimsical race through Singapore]입니다. 싱가폴 제작사인 카드보드 아일랜드의 첫 작품입니다. 그러고보니 몇 해동안 참여해온 싱가폴 제작사 블랙도브가 올해는 보이지 않더군요.

 

 

블랙도브의 게임들에 비해서 정말 월등할 정도로 중량감 있고 묵직한 컴포넌트들이었습니다. 카드 운용으로 진행되는 레이싱 게임으로 카드의 조합이 속력을 더 낼 수 도, 하지만 그때문에 적절한 기회에는 발목을 잡기도 하는 묘한 조합의 게임이었습니다.

 

이 회사와는 조금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부스에 계신 담당자 중 한 분이 한국 분이셨어요. 정식 직원은 아니고 친구를 도우러 함께 참가한 거였는데, 페어가 끝나면 몇 년 만에 한국 집으로 갈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비행기에서도 앞뒤 자리에 앉아서 함께 가게 되었네요. 굉장히 패기있는 제작사였는데, 이후로도 좋은 반응 얻기를 바랍니다.

 

 

 

 

새로운 벨기에 제작사의 출사표 [Clocks]란 게임입니다. [투르네], [트루아]를 만든 펄 게임즈 덕분에 벨기에도 나름 새로운 눈으로 주목할만한 곳이 되었는데요...

 

 

이 게임 설명을 좀 들어 봤는데... 이렇습니다. 플레이어들은 각각 시계 보드를 갖고, 인원수 보다 하나 더 많은 주사위를 굴린 뒤에 그룹으로 배분합니다. 주사위 생김새나 여기까지의 설정이, 왠지 [트루아]를 좀 연상시키지 않나요? 하지만 그 뒤로는 블라인드 경매로 베팅을 하고 코인을 획득하는 방식입니다. 모사품은 아니에요.

 

참고로 저 개인보드의 시계바늘도 그림입니다. 다들 시계를 돌려가며 일어나는 액션의 변화를 기대했나 보던데, 실제로는 개인보드 이상의 역할은 아닙니다. 그래도 제법 게임을 플레이 해본 사람들의 반응은 만족스럽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핀란드 게임 회사들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 회사의 몸집 불리기라기 보다는 다양한 방면으로 재편들이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일단 저희가 참여한 첫 해에 거의 주도권을 이끌었던 투오넬라는 회사 대표가 애플리케이션 쪽으로 방향 전환을 했고, 그 휘하의 다른 프로덕션들이 게임의 퀄리티를 점점 높이고, 이들이 아예 손을 잡고 외연을 넓혀가고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회사인 리비전 게임은 올해 신작 [아이언 스카이]를 내놓았습니다. 스팀 펑크 분위기의 SF 게임인데요...

 

 

영화 포스터? 혹시 영화 마니아들은 이 영화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 있을 겁니다. 바로 핀란드에서 만들어진 동명의 공상 과학 영화로 국내에서도 영화제를 통해서 관람한 분들이 계실 겁니다.

 

2차 대전 패망직전 가까스로 우주 발사 로켓을 개발한 나치가 일부 핵심 인원을 태우고 달로 피신했고, 그 후손들이 다시 지구를 정복할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의 영화입니다. 보드게임은 바로 이 영화를 테마로 만든 작품으로, 보드게임 구매자들에게 포스터도 나눠주는 홍보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비교적 복잡도가 있던 게임으로 2010년에 각광을 받았던 [팬텀 리그]도 재판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몇 년 간 핀란드의 제작사에서 나왔던 게임들을 망라하니, 어느정도 잘 갖춰진 시장의 분위기가 체감되는 듯 했습니다. 아마 저 리스트에서 낯익은 게임들이 보이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핀란드 부스의 공간은 그 어느해 보다도 넓고 컸습니다. 앞으로 또 새로운 보드게임 강국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에센 리포트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