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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보다 더 엣지있는 덱빌딩. [어센션] (Ascension/2010)



누가 뭐라해도 [도미니언]이 세계 보드게임계에 남긴 영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순환 구성의 덱빌딩이라는 발상이 독창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덱빌딩 방식을 대중적인 반경으로 끌어온 것만으로도 [도미니언]이 갖는 의미는 충분합니다.

한편으로는 비슷한 방식의 게임들을 양산하기 시작한 단초가 되기도 했죠. 다양한 형태의 카드들로 변주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일단은 [도미니언] 자신부터가 수많은 확장들을 내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썬더스톤], [그락시아의 영웅들], [탄토 쿠오레]같은 게임들이 줄을 잇기 시작했죠. 앞으로도 이 덱빌딩 게임의 열풍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입니다.

[어센션 :  갓슬레이어 연대기]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 작품을 만든 저스틴 게리는 '매직 더 개더링'의 챔피언 출신으로, 이 작품의 런칭과 함께 '게리 게임즈'라는 자신의 퍼블리셔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디자이너로서 게리에게는 큰 의미있는 시도였던 셈입니다.





다행히 [어센션]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게리 게임즈는 비공식 프로모션 카드들도 꾸준히 내놓았고, 평단과 마니아들의 입소문도 만만치 않았죠. 여기에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아이패드용 어플리케이션의 출시는 그 인기세에 화룡정점 역할을 했습니다. 게임이 고안된 과정을 이리저리 에둘러 말해서 [도미니언]의 서자라고 평한다 해도, 게임성에 있어서 [어센션]은 인정을 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또 다른 '유사 도미니언 계열' 시리즈인 [썬더스톤]은 [도미니언]에 비해서 여러가지 요소를 덧붙인 게임이었습니다. RPG 느낌의 바탕을 기점으로 장비의 구입 및 캐릭터의 업그레이드 등이 이뤄지다 보니, 게임의 재미와는 별도로 복잡성이 더해진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어센션]은 판타지라는 측면에서는 [썬더스톤]과 비슷하지만, 게임성에 있어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습니다. [도미니언]의 요소를 더욱 간략화 시킨 것이죠.



[어센션]의 설명서. 페이지수도 많지 않고 그나마 텍스트도 큼직 큼직. 룰은 정말 쉬운 편입니다.



플레이어들은 통화에 해당하는 룬(Rune)과 괴물을 잡는데 쓰이는 힘(Power) 두가지 단위를 관리합니다. 룬 1을 부여하는 조수 카드 8장, 파워 1을 부여하는 민병대 2장으로 구성된 10장의 카드를 갖고 시작하며 턴마다 플레이어가 갖게 되는 카드는 언제나 5장입니다. [도미니언]과 유사하죠.


각 개인이 갖고 시작하는 초기 덱 5장. 시작의 배치는 [도미니언]을 연상 시킵니다.


카드의 구성이 부족할때는 룬을 더해주는 미스틱, 무력을 더해주는 헤비 인팬트리를 구입하면 됩니다.
아울러 무력이 약할때마다 명성 포인트 1을 주는 동네북 컬티스트.
무한정으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아예 카드도 한 장밖에 없습니다. (불쌍...)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획득할 수 있는 카드는 무작위로 공개되는 6장의 카드와 기본 카드 3종 뿐입니다. 정해진 라이브러리 내에서 공개되는 카드들은 제한되어 있으므로, 이미 깔려 있는 카드가 먼저 사라지기 전까지는 다른 카드를 볼수 도, 구입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차례에 룬을 통해서 더 좋은 기능의 카드들을 구입하거나, 혹은 이렇게 모아진 힘을 바탕으로 몬스터들을 잡은 뒤 게임의 목표가 되는 명예 점수를 획득하기도 합니다. 게임중 획득하는 명예 점수 외에도 게임 종료후 운용하는 카드에 기입된 추가 점수까지 합산해서 최다 점수를 획득한 사람이 승리자가 됩니다.



공개되는 6장의 덱. 해당 덱은 상황에 따라서 다른 플레이어에게 획득될 수도 있습니다.
그 뒤로 채워지는 카드는 무작위로 펼쳐지므로 전략의 가변성이 필요합니다.



확연하게 눈에 띄는 것은 -[도미니언]을 설명할때 가장 혼동하는 부분이기도 했던- 액션의 횟수 개념이 없다는 점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손에 있는 카드들은 필요한만큼 사용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카드 액션을 통해서 추가 카드를 핸드로 가져오는 것만으로 액션은 얼마든지 사용가능합니다.

반면 카드 가운데는 각 플레이어의 공간에 건설할 수 있는 카드들도 있습니다. [도미니언]의 'Seaside' 확장에서 나오는 '지속' 효과와 일맥상통하는 카드들로 기타 기능들을 비롯해 카드의 순환성을 높여줍니다.



'Construct' 카드는 사용시에 플레이어의 영역 앞에 '장착'이 되고 계속적으로 혜택을 줍니다.
하지만 상대가 몬스터를 잡았을 경우 타의에 의해서 파괴될 수 도 있습니다.




각각의 카드 기능 외에도 4종의 종족이 갖고 있는 큰 특성을 활용하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입니다. 카드의 순환을 좋게 만들거나 종족내의 다른 카드와 연계해서 활용도를 좋게하는 등의 효과는 무작위로 구성되는 카드들 가운데서 큰 방향의 전략을 이뤄냅니다. 특히 스팀펑크 스타일의 일러스트가 흥미로운 'Mechana'는 큰 기능 없이 카드 건설을 통해서 카드내의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독특한 요소가 됩니다.

 



Mechana 계열 카드들. Construct 기능을 주요하게 이용해서 건설 점수를 꾀할 수 있습니다.



Enlightened 계열 카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더해주는 기능들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Lifebound 계열 카드들. 다른 Lifebound 계열과 조합시켜서 카드의 룬과 무력 수치 향상을 할 수 있습니다.



Void 계열 카드들. 핸드나 공용 카드 가운데서 필요없는 카드들을 제거해서 효율성을 높여줍니다. 



실제로 게임중 획득하는 명예 점수와 카드에 명시된 점수의 비율은 진행하는 전략에 따라서 매번마다 달라지는 편입니다. 게임이 종료되고 나면 명예 점수가 적어도 카드 점수를 많이 얻어 승리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깁니다. 이런 전략의 방향은 공개되는 카드의 구성에 따라서 달라지게 되고, 이 점은 [어센션]을 '도미니언의 또 다른 아류'와는 구별되게 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게임중 점수를 표시해주는 스톤. 그러나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게임이 끝날때까지 승패를 가늠할 수 없는 것 또한 [어센션]의 매력입니다.



현재까지는 한 개의 확장만 나온 상태이지만, 아이패드 덕분에 뒤늦은 인기를 한창 얻고 있는 중입니다. 덱의 사용에 있어서 공용덱에 해당되는 부분을 함께 나누기 때문에 카드 숙지의 여지는 오히려 [도미니언] 보다도 쉬운 덕에 게임의 진행도 빠르고요.


보나마나 연이어진 확장들이 서서히 등장하겠지만, 적어도 [어센션]은 그런 확장들에 대한 기대가 유별난 호들갑으로 여겨질만한 그런 게임은 아닙니다. 덱빌딩의 시스템의 정수를 잘 알고 있는 디자이너가 일필휘지로 만들어 낸 그런 게임이랄까요. 중요한 건 [어센션]이 그 고유의 재미를 갖고 있는 게임이란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