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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월드]에 빠져 아이를 굶긴 어머니? 영국 찌라시의 웃지못할 헤프닝

'데일리 메일'을 인용한 블로거의 오보기사 캡쳐 화면


보드게임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 초래하는 오해의 사례는 해외도 예외가 아닌가 봅니다.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의 온라인 판은 지난 13일자 기사에서 온라인 게임인 [스몰 월드]에 빠져 아이들 양육을 등한시 하고 키우던 개를 굶겨죽인 33세의 여성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에서 이 여성은 인터넷을 통해서 [스몰 월드]란 온라인 기반 보드게임에 몰입해 왔으며, 그 결과 세 자녀들은 식은 콩요리로만 연명하다 아사 상태에 이르렀고, 키우던 두 마리의 개들은 죽은 뒤 두 달 가량 방치 되었다고 보도 되었습니다. 이 기사는 또 다른 영국 일간지인 '더 선'을 통해 보도 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해당 기사에서 거론된 게임 [스몰 월드]의 묘사였습니다. 판타지 테마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온라인 보드게임인 '스몰 월드'는 개인 플레이도 가능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서 온라인 방식으로 대전도 가능하며, [던젼 앤 드래곤]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묘사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는 어처구니 없는 오보입니다. 이미 몇 년전부터 가족들이 함께하는 보드게임으로 유명했던 [스몰 월드]는 디지털 버젼으로는 현재 아이패드 용으로만 개발되어 있고, 이 또한 온라인 대전으로는 플레이 할 수 없습니다. 또 MMORPG 같은 형태가 아닌 비교적 깊이가 얇은 30분 내외의 1회전 스타일의 단판 승부 게임이고요. '데일리 메일'에서 [스몰 월드]에 대한 묘사를 하면서 올린 스크린 샷 역시 아이패드용 [스몰 월드]의 스크린 샷들이었습니다.


[스몰 월드]의 제작사인 데이스 오브 원더는 비교적 빨리 대응책을 취했습니다. "요즘엔 트롤들이 '데일리 메일'이나 '더 선'의 편집팀으로 일하고 있는건가?"라는 비교적 강도높은 제목의 보도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태평양 건너 사는 뉴스지 편집자들은 판타지 세상에서 사는가 보다"라는 서두로 시작되는 성명서에서는 [스몰 월드]가 결코 소셜 네트워킹을 통해서 플레이 되는 게임이 아님을, 그리고 런던 가정의 비극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게임임을 밝혔습니다.

데이스 오브 원더의 대표인 에릭 오트몽 역시 "언제부터 보드게임이 위험하고 중독의 우려가 있게 되었는가?"라는 본인의 견해를 밝히며 영국 보도들의 정보 부재에 대해 깊은 유감을 밝혔습니다. 아울러 보도자료에서는 이번 오보에 대해서 법률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며, 이번 오보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 데일레 메일과 더 선의 보도팀이 [스몰 월드]의 보드게임 버젼과 아이패드 버젼을 접해볼 것을 권했습니다.

데이스 오브 원더의 성명서가 발표된 뒤 '데일리 메일'의 기사는 현재 삭제 된 상태입니다.


해당 기사가 삭제된 '데일리 메일'의 현재 기사 페이지


또 다른 영국 보도지 '텔레그래프'의 기사. '스몰 월드'가 아닌 컴퓨터 게임으로 원인이 바뀌었습니다.



몇 달 전에도 국내 일간지에서 보드게임방의 도박장 겸업을 이야기하면서 보드게임 자체를 도박과 연결짓는 우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스몰 월드] 사건은 상대적으로 판단이 명약관화한 사례라서 비교적 진화가 빨리 되긴 했지만, 인식의 부족이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온라인 보도의 파급력때문에 인터넷 상에서는 벌써부터 '스몰 월드'에 대한 악명이 흉흉하게 돌기도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심지어 데일리메일의 기사는 이미 우리나라 지디넷 사이트에서 번역 기사로 전파되기도 했습니다.

http://www.zdnet.co.kr/Contents/2010/09/14/zdnet20100914095531.htm


아무튼 날이 갈수록 화제의 게임으로 각광받고 있는 [스몰 월드]로서는 유명세를 톡톡히 치룬 셈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