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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함께 하기엔 너무나 좁은 곳 [스몰 월드] (Small World/2009)


요즘 [스몰 월드]가 다시 화제의 게임이 되고 있습니다. 국내 보드게임 쇼핑몰 어디에서도 출시만 되면 그 즉시 품절이 되고 있고, 커뮤니티에서도 꽤나 빈번하게 스몰월드에 대한 이야기고 오가고 있죠.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일단 잠시 나온 후 절판 되었다가 이번 여름을 기점으로 발매된 확장팩들 때문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사실 확장팩 중 두 개는 이미 지난 에센때 선을 보인 바 있습니다. 굳이 새롭게 조명된 결정적인 이유는 아닌 셈이죠.


아무래도 중론은 아이패드 버젼때문인 것 같습니다. 애플이 개발해낸 태블릿형 종합기기인 아이패드는 출시때부터 보드게임 컨버젼의 좋은 플랫폼이 될 것이라는 의견들이 분분 했습니다. 하지만 보드게임 퍼블리셔인 데이즈 오브 원더는 아이패드가 런칭한 다음날에 곧장 아이패드용 [스몰 월드]를 발표하면서 세간을 놀라게 했습니다. 물론 아이폰/아이팟 터치용으로 보드게임들이 이식된 사례는 수도 없이 많지만, 넓은 화면에 힘입어 유로스타일의 본격적인 전략 게임이 나온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죠. 그것도 본 기기의 제품 런칭과 함께 말이죠.


아이패드용 [스몰 월드]


지난 6월 업데이트가 되기 전까지 아이패드용 [스몰 월드]는 두 명의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버젼뿐이고 1인플 버젼, 다시 말해 인공지능과 대전하는 모드가 없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업데이트 이후 혼자서도 2인플을 할 수 있게 되면서 그 인기는 물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아이패드용 [스몰 월드]는 3인플 이상은 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화룡정점을 찍은 것이 지난해에 발표된 확장팩의 재발매와 올해 발표된 확장 카드 [Tales & Legends]죠. 아마 이 열기는 한동안 오래갈 듯 합니다.


- 10년전 작품 [빈치 (Vinci)]의 리메이크

잘 알려졌다시피 [스몰 월드]는 필립 케야르츠의 전작인 [빈치]의 리메이크 입니다. 'The Rise & Fall of Civilizations'란 부제로 알 수 있듯이 [빈치]의 테마는 문명의 흥망성쇠를 다루고 있습니다. 유럽 지역을 무대로 하고 있는 [빈치]는 당연히 기본 플레이 방식은 [스몰 월드]와 동일 합니다.


[빈치 (Vinci)] (1999)

다만 종족이나 특수능력의 다양함이 훨씬 적고, 맵 역시 단일 맵이라 2인플이 안된다는 아쉬움, 그리고 콤포넌트의 지나친 단조로움이 약점으로 지적되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제작사인 데카르츠가 문을 닫는 바람에, 이제 [빈치]는 추억속의 게임이 되어버렸죠.


리메이크 게임을 만든 경우가 거의 없는 데이스 오브 원더로서는 [스몰 월드]는 분명 이례적인 게임입니다. 하지만 좋은 시스템에 새로운 테마를 입혀 발전시킨 전략은 적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명품 퍼블리셔. 데이스 오브 원더 특유의 콤포넌트 보강

게임 구성물부터가 데이스 오브 원더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빈치]에서는 지역 점령을 언제나 동일한 목재 토큰을 사용했는데, [스몰 월드]에서는 선택한 종족마다 다른 타일을 쓰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타일 수량이 많을 수 밖에 없죠. 게임 구입 후 펀칭할 수량도 상당하지만, 그 후에 정리할 수 있는 트레이는 최고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만 뚜껑이 있는 종족 타일 보관용 트레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다른 타일들은 게임 박스를 세웠을때 안에서 뒤섞이기가 일수 입니다. 사실 뚜껑이 있는 트레이도 감지덕지지만, 기왕이면 모든 타일이 뒤섞이지 않도록 뚜껑을 제작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보라색이 우드락 부분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우드락으로 트레이 높이에 딱맞게 재단을 한 다음 두꺼운 맵 한 판으로 덮은 뒤 그 우드락으로 지지를 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박스를 마구 흔들지 않는 이상은 제법 타일들이 제 위치에서 정돈되는 편입니다.



[스몰 월드]는 플레이 인원수에 따라서 맵이 다양합니다. 2~3인용일 경우 맵이 다소 작은 편이며 그 이상은 맵이 조금 넓습니다. 기본 세팅은 산지역에 산 타일, 그리고 빈 지역에 원주민 타일을 놓는 것으로 끝입니다.




[스몰 월드] 시스템의 핵심인 특수 능력과 종족은 늘 6개가 오픈 됩니다. 특수능력과 종족이 구분 되어 매 게임마다 조합을 이루는 기가막힌 시스템은 [빈치] 때부터 적용된 것으로, 그 종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스몰 월드]를 익히는데 벽이 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스몰 월드] 재미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스몰 월드] 콤포넌트 소개와 기본 세팅에 대한 동영상입니다.





특수능력이나 종족 보다도 앞서 익혀야 할 것은 지역 점령의 기본 원칙입니다. 무척 쉽습니다.



- 기본 점령은 2개. 그외에 미리 점령중인 다른 토큰 갯수만큼 추가.


예를 들어서, 현재 차례인 플레이어가 'Forest  + Ratman'의 조합을 선택했다고 가정합니다. 그렇다면 이 플레이어는 'Forest'와 'Ratman'의 기능을 모두 갖게 되는 겁니다. 양쪽에 쓰여진 숫자 (4, 8)을 합산한 만큼 종족의 타일을 가져옵니다. 이 경우는 12개가 되겠죠.




지역점령의 최초 출발은 바다를 제외한 보드의 외각쪽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점령 목표 지역에 아무 타일도 없을 경우 기본적으로 2개의 종족 타일을 놓아야만 점령이 가능합니다.




다음 지역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현재 점령중인 지역과 인접한 곳에만 놓을 수 있습니다. 만약 들어가려는 지역에 원주민을 비롯해 상대 플레이어의 타일이 있다면 기존에 놓는 2개에 놓여져있는 종족 타일 갯수만큼 추가로 더 놓아야만 점령 가능합니다.

위의 경우에서는 우측의 숲에 이미 원주민이 있기 때문에 3개를 놓아야만 점령이 성공하겠죠. 이렇게 점령이 성공할 경우 기존에 있던 종족의 타일은 퇴출 됩니다. 만약 상대 플레이어의 타일이 2개 이상 있을 경우 한개는 제거되고 나머지는 원래 주인에게로 돌아갑니다. (한개 있을 경우는 그냥 제거)




산에 있을 경우도 역시 한 개가 더 추가 됩니다. 이 경우도 3개를 놓아야 산지역을 점령. 다만 산은 지형이기 때문에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산 지역은 점령하기도 힘들고, 점령 당하기도 힘듭니다.




이렇게 진행하다가 남은 타일로 마지막 한 지역을 점령하려 할때 타일이 모자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는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눈의 수만큼 자신의 타일이 더해진다고 가정하고 진행합니다. 다시 말해 현재 타일 3개를 놓아야 점령이 가능한데, 1개밖에 없다면 주사위를 굴려 2 혹은 3이 나와야 점령이 가능합니다.



- 재배치, 그리고 점수 계산


점령이 끝나면 '재배치'단계입니다. 재배치는 추가로 지역을 점령하지는 않되,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역내에서 타일의 수를 자유자재로 재조정합니다. 한곳에 병력을 집중시켜도 되고, 분산투자를 해도 상관 없습니다.

재배치 후에는 점수를 계산합니다. 점수 계산의 기본 원칙은 점령한 지역 한 군데 당 1원(=1점)입니다. 따라서 위의 경우에서는 5점이 되겠죠.

다만 위의 사진의 예에서 'Forest'의 특성은 점령한 숲지역마다 추가 1점이기 때문에 이번 라운드의 최종 점수는 5+3=8 점이 됩니다.

이런 기본 룰에 근거해서 10라운드를 진행하면 됩니다. 물론 승자는 점수(=돈)가 가장 많은 플레이어가 되고요.

 

지역 점령에 대한 설명 동영상입니다.




새로운 라운드에서는 현재 자신의 점령지역에 타일 하나씩만을 놔두고 전부 회수한 뒤 새로운 지역을 점령해나갑니다.

하지만 하나의 종족으로 점령액션을 10라운드 내내할 수는 없습니다. 종족 타일은 점점 줄어들고, 또 상대방이 내 지역을 점령할 경우 하나씩 타일이 소실되기 때문이죠. 따라서 새로운 종족을 데리고와서 새로운 점령의 터잡이를 시작해야 합니다.


새로운 종족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존의 종족을 쇠퇴(decline) 시켜야 합니다.
 


쇠퇴시에는 현재 사용중인 특수능력과 종족 문양을 뒤집고, 보드 위에서도 점령한 지역당 하나씩만 (쇠퇴했음을 표시하기 위해) 뒤집어서 남기고 모두 제거합니다. 이제 이 쇠퇴한 종족은 점수 계산시에 지역당 1점을 더해줄 뿐, 고유의 특수능력 및 점령 액션을 할 수 없습니다.

쇠퇴 자체가 한 턴을 소모하기 때문에 게임중에서 굉장한 손실이 됩니다. 그만큼 쇠퇴는 심사숙고해서 진행해야 합니다.



쇠퇴한 다음 턴에는 새로운 종족을 가져와서 점령을 진행합니다. 이번에는 'Flying + Amazon' 조합이군요.




결국 관건은 특수능력과 종족능력의 숙지입니다. 이 능력들은 [스몰 월드]에서 기본적으로 적용되는 원칙을 각각의 방법으로 위반할 수 있도록 합니다. 점령때에 혜택을 줄 수 도 있고, 점수 계산때 추가 점수를 부여할 수 도 있고 그야말로 다양합니다.

위의 경우 'Flying'의 능력은 반드시 기존 점령지역에 인접해가면서 점령해야한다는 원칙을 위반할 수 있게 해줍니다. 'Amazon'은 점령시에만 타일을 추가로 4개 더 사용할 수 있게 해주면서 점령 타일의 갯수를 크게 늘려줍니다.




'Elf'의 경우는 다른 플레이어에게 점령을 당했을 경우에도 타일의 손실이 없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는 'Dragon Master' 능력의 소유물로서 차례에 한 번 아무리 많은 타일이 필요한 점령지역도 단번에 점령할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영웅적인 마법사 (Heroic Wizards)'입니다. 마법사는 저 다이아몬드 형태의 파란 마크가 있는 지역을 점령했을 경우 추가 1점의 혜택을 줍니다. '영웅적인'의 특징은 영웅마크를 현재 점령중인 지역에 놓을 수 있고 이 지역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공격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조합할 수 있는 기능들을 사용해서 점령과 점수획득의 혜택을 얻어나가는 것이 바로 [스몰 월드]의 핵심입니다.




[스몰 월드]의 종족 기능에 대한 사례 동영상입니다.



[스몰 월드]의 기본판에는 무려 14가지의 종족들과 20가지의 특수 능력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가 조합될 경우의 수는 그야말로 엄청나죠. 반복 재미를 보장해주는 요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숙지해야할 여지도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 너무나 많은 특수능력과 종족. 하지만 금새 익힐 수 있다!


구성품 가운데는 능력을 요약한 개인 시트가 인원수별로 들어있습니다. 그만큼 능력의 숙지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죠.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능력의 숙지분량이 [스몰 월드]를 어려운 게임으로 보이게 하는 선입견을 생기게 합니다.



하지만 많은 게임들이 그렇듯이 차츰차츰 게임을 익혀나가다 보면 사실상 모든 능력을 파악하는데는 3판 혹은 4판 정도면 충분합니다. 대부분의 능력이 교묘하게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는 여지들을 마련하고 있고, 타일 위에 그려진 기호들이 나름 한 눈에 파악하기 좋게 일러스팅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늘 최상의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데이스 오브 원더의 수혜라고 할 수 있겠죠.

다이브다이스에 있는 icewine님의 한글화 요약 자료 출력본


현재 [스몰 월드]의 한글화 룰북이 공개된 자료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특수 능력과 종족 능력의 요약본은 유명한 자료인데요, 실제로 게임을 해보면 그 이유를 알법합니다. 룰 자체는 그만큼 쉬운 게임이니까요.


단순하게 질릴 수 있는 땅따먹기 게임을 기발하게 발전시킨 [스몰 월드]. 새로 발매된 확장팩들과 더불이 얼마나 그 인기를 이어갈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