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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카드 한글화 작업 왜? 그리고 어떻게 해야할까?


최근들어 국내 퍼블리셔들의 노력으로 유명한 전략게임들이 한글화 되어 발매되고 있지만, 사실 한 해 동안에 쏟아지는 전 세계의 수많은 게임들에 비하면 그 양은 조족지혈입니다. 물론 인터넷 덕분에 게임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되고, 국내 쇼핑몰이나 해외 사이트 구매를 통해서 최신작들을 입수하는게 이제는 흔한 일이 되었지만, 사실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기에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바로 언어의 장벽을 넘는 것이죠.


일단 설명서의 해석은 그 기본에 해당합니다. 외국어에 능통해서 자가로 번역하는 방법, 혹은 타인의 번역 자료를 공동 자료실에서 얻어 쓰는 방법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죠. 하지만 플레이 하게 되는 게임의 콤포넌트 위에 쓰여진 외국어는 다소 문제가 됩니다. 모든 플레이어들이 공통으로 참고해야할 사항이기 때문에 전체 인원 중 외국어에 능통한 사람이 일부라면 게임 진행이 난감해지죠. 물론 게임 중간중간에 텍스트들을 일일이 설명해 줄 수도 있지만, 이런 방식이 게임 진행을 얼마나 늘어지게 만드는지는 불보듯 뻔합니다.


텍스트가 가장 많이 가미되는 게임 콤포넌트는 단연 카드입니다. 게임 보드판이나 타일에 텍스트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대부분 모든 플레이어가 함께 공유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드의 경우는 각 플레이어가 자신의 패를 숨기며 전략을 가늠하기 때문에 한글 텍스트가 아쉬운 경우가 잦습니다.




아쉬운대로 해결책 하나 : 참조표를 만든다.

카드 텍스트의 해석에 대한 해결책 하나는 참조표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게임의 카드에 쓰여있는 사항을 모두 한 장의 표로 만드는 거죠. 게임 중 카드의 텍스트가 이해 안되면 참조표를 들여다 보면서 게임을 진행하는 겁니다. 한 장의 별지에 모든 사항을 모아놓기만 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손쉽게 만들 수 있지만, 적어도 직관적인 해결책은 아니라 하다보면 진행이 더디기는 매일 반입니다.

결국 제일 빠른 것은 카드 상에서 텍스트를 직접 해결하는 것입니다. 물론 게임을 여러번 하다보면 카드 생김생김만 보더라도 그 기능을 즉시 파악할 수 있지만, 그 단계까지 이르기 위해서는 카드상의 텍스트가 분명 큰 도움을 줍니다. 많은 보드게이머들이 소위 말하는 '카드 한글화'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카드 한글화 작업은 특출난 지식이나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작업의 바탕이 되는 한글화 자료를 만드는 것이 더 힘들죠. 포토샵 류의 그래픽 에디터 프로그램 사용을 어느정도 할 줄 알아야 하니까요. 그래도 한국에서는 제법 유명한 게임들의 한글화 자료를 비교적 공공연하게 구할 수 있는 편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후의 작업은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의 몫입니다.






우선은 출력부터!

쉐도우 오브 카멜롯을 예로 들어볼까요?

그 첫 단계는 출력입니다. 한글화 자료를 제공해준 그 누군가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파일을 열고 출력을 하는거죠. 카드들이 대부분 컬러로 되어 있기 때문에 출력 역시 질좋은 컬러 프린터로 하는 것이 제일 낫긴 합니다. 하지만 한글화 자료와 카드 상의 이미지의 크기가 맞지 않을 수도 있으므로, 저화질 흑백으로 예행연습차(?) 출력을 해본 뒤 최적의 출력설정을 확인하고 다시 본 출력을 하는 것도 좋습니다. 특히나 jpg 나 gif 같은 파일일 경우는 출력 프로그램에 따라서 출력 결과의 크기가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이런 예비 출력이 나름 도움이 됩니다.



컬러 프린터만큼이나 종이의 질에도 신경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한글화 작업 이후에는 대부분 카드 보호 비닐을 씌우기 때문에 사실상 종이질때문에 결과물의 차이가 그다지 큰 편은 아닙니다.

심지어 요즘 시중에서 판매하는 라벨지에 출력해서 아예 한글화 자료를 일종의 스티커 처럼 만들 수 도 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카드면에 바로 스티커를 붙이게 되는 것이고, 후에 스티커를 뗄 때 카드가 손상될 수 도 있죠. 이런 방법을 누가 좋아하겠냐만은 들은 바로는 일본의 보드게이머들 가운데는 이런식으로 카드 한글화... 아니 일본화 작업을 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고 합니다.

소형 재단기를 사용해서 한글화 자료를 재단합니다.

다음은 인쇄된 출력물을 재단합니다. 내용의 배치에 따라서 재단이 쉬운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쓰는 가위 보다는 자와 칼, 혹은 재단기를 사용하는 것이 더 작업에 용이합니다.

 


다음은 재단한 작업들이 각각 어느 카드 위에 붙여지게 되는지를 파악합니다. 만약 원문의 텍스트를 전혀 읽지 못한다면 이 자료를 어디다 붙여야 하나 등의 파악 과정 자체가 난감해 질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카드를 사랑한다면? 조심스레 붙이기 작업


라벨지 출력 후 스티커를 제조하는 방식을 원치 않는다면 그것은 카드의 손상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의미. 따라서 한글화 자료를 붙일때 문구용 풀을 사용하는 것도 탐탁치는 않은 방법입니다. 후에 자료를 떼어낼 때 카드에 손상이 가기는 매일반이니까요. 이 경우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 바로 '재접착 풀'입니다. 생긴 것은 일반 딱풀과 비슷하게 생긴 이 재접착 풀은 한 마디로 일반 종이를 포스트 잇처럼 점착성 있는 종이로 만들어 주는 풀입니다. 사용했을 경우 접착력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아쉬운 대로 고정을 시키기에는 충분하고 무엇보다도 나중에 떼어낼 때 원본에 손상을 주지 않으니까요. 따라서 재단한 한글화 재료에 재접착 풀을 바릅니다.



사실 바른다기 보다는 그냥 몇 군데 '찍어도' 충분합니다. 일단 카드 위에서 어느정도 고정은 되니까요. 일단 이것으로 기본적인 한글화는 완성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마무리하기에는 좀 불안한 구석이 있습니다. 재접착 풀의 고착력이 아주 훌륭한 것이 아니거니와 훌륭하다 한들 카드를 섞다보면 표면에 붙인 종이 자료들이 다 떼어져 나갈테니까요.





- 마무리는 카드 프로텍터로.


따라서 카드 한글화의 진정한 마무리는 바로 적당한 사이즈의 프로텍터를 씌우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글화 작업을 할 필요가 없는 카드라 하더라도 많은 보드게이머들이 카드 보호용도로 프로텍터를 씌우기 때문에, 한글화 작업을 한 카드에는 거의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카드 한글화가 완료되었습니다. 결국 카드 한글화 작업은 어느정도 섬세함이 필요한 '노가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백장의 프로덱터를 씌울때 처럼 뭔가 생각없이 할 단순작업이 필요할때 손을 움직이며 하기에 좋은 작업이죠. 다만 하염없이 비닐의 끼우거나 펀칭을 할 때 보다는 다소 신경을 써야합니다.





- 카드 전면을 한글화 하는 경우

위의 사진들에서 예시로 든 것은 카드면의 일부분만 한글로 바꿔서 만든 경우입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카드의 전면을 한글화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볼프강 크라머와 리차더 울릭의 명작 [플로렌스의 제후들 (The Princes of Florence)]의 알레아 버젼의 예입니다. 이 게임의 카드 텍스트들은 카드의 한 면에 하나 가득 쓰여져 있죠. 따라서 한글화 자료도 그에 상응하는 크기로 만들어 졌습니다.


이 경우 한글화 작업은 상대적으로 간단합니다. 재접착 풀을 붙일 필요도 없이 그냥 기존 카드에 덧대어서 프로텍터만 씌우면 되니까요. (하지만 프로텍터 비닐에서 삐져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재접착 풀을 소량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원래의 카드에서는 '뒷면'만 활용하는 것이므로 굳이 한글화 자료와 실제 카드의 텍스트들을 맞춰서 작업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보이는대로 끼우기만 하면 되니까요.


물론 작업이 쉬운만큼 원작의 분위기를 너무 가린다는(?) 뜻모를 아쉬움도 생깁니다. 무엇보다도 프린터의 잉크 소모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감안해야겠죠.


 

유명 게임들의 카드 한글화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겁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게임들이 모두 한글판으로 나온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그렇다고 나오는 게임들의 모든 카드 위에 텍스트가 없기를 바라는 것도 말이 안되고요. 그렇다면 게임을 즐기기 전에 이 번거로운 '노가다' 역시 계속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보드게이머들이 이 작업을 꽤나 즐거이 하는듯 합니다. 만들고 난 뒤의 성취감도 있고, 그것이 즐기는 재미를 위한 전희의 단계처럼 느껴져서겠죠. 하지만 여러분이 이런 카드 한글화 작업을 즐기든, 혹은 성가셔하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자료들을 정성스레 만든 선배 게이머들에 대한 감사가 아닐까 싶네요. 적어도 그 분들은 '칼질'과 '풀질'에 앞서 밤을 새워가며 더 많은 작업들을 했고, 그 덕분에 우리들이 좀 더 편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