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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왁자지껄 우주전쟁 [맥 블래스트] (Mag Blast)


게임을 선택할때 기준들은 다양합니다. 아예 첨부터 엄청난 볼륨의 전략게임을 원하는 플레이어들도 있죠. 하지만 그만큼 많이 선호하는 것 중 하나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아주 막연하게 가볍기만 한 것이 아니라 어느정도의 전략성도 있는 그런 게임말이죠.

또 한가지는 비교적 많은 인원이 즐길 수 있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이 두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소위 말하는 'MT용 게임' 후보들이 구축되는 거죠. 마피아 게임으로 알려진 [타불라의 늑대]나 스테디 셀러인 [뱅]같은 게임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두 게임보다는 덜 알려진 편이지만 놓치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신속한(?) 재미를 주는 게임이 바로 [맥 블래스트]입니다.


[맥 블래스트]와 [시타델]


미국 퍼블리셔인 판타지 플라이트 게임즈에서 나온 카드 게임 [맥 블래스트]는 이미 인기를 얻고 있는 같은 회사의 게임인 [시타델]. [콜로셜 아레나]와 함께 '실버라인'이라는 카드 게임 라인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공식적인 플레이 인원은 2명에서 무려 8명까지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게임의 속성상 최적 플레이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지만, 적은 인원인 2~3명이 즐겨도 나름 재밌는 게임입니다. 이 점이 비슷한 류의 게임으로 비교되는 [뱅]이 무조건 사람이 많을수록 좋다는 점과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실제로 이 게임을 2인 전용 커플 게임으로 즐기는 이들도 꽤 많은 편입니다. 그 외에 짝수인원이 플레이 할 경우 옵션으로 팀플레이를 할 수 도 있는 등 다양한 면모를 보입니다.


좌측부터 행동카드, 전투함카드, 기함카드

게임 구성은 수량이 많은 행동카드와 전투함 카드, 그리고 각 플레이어가 한 장씩 갖게 되는 기함카드, 이렇게 세 종류로 구성됩니다.

기함카드는 말그대로 모선입니다. 종류에 관계없이 공통으로 8의 내구력을 갖고 있으며, 만약 8 이상의 공격을 당할 경우 기함은 파괴됩니다. 그리고 파괴된 기함의 주인은 게임에서 제거됩니다. 네, 말 그대로 게임 중간에 빠지게 되는 거죠. [맥 블래스트]는 참여 인원 가운데서 파괴된 플레이어가 한 명 한 명씩 빠지며 최후의 1인만 남게되는 라스트맨 스탠딩 형태의 게임입니다. [맥 블래스트]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플레이 인원수가 많을 경우 먼저 아웃되는 플레이어가 게임 종료때까지 할 일이 없다는 점인데요, 3인플일 경우에도 한 명이 빠진 후 한 시간에 육박하는 잔여 경기를 치루기도 하니 아주 틀린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먼저 탈락한 사람이 남은 게임을 옆에서 관전하며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으니 이를 무조건 단점이라고 말하기에도 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함대 구성

아무튼 각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기함카드의 동서남북 방향에 전투함을 하나씩 배치하게 됩니다. 전투함 역시 기함처럼 내구력이 있고 그 외에 동서남북 4면에서 원하는 칸으로 이동할 수 있는 이동력, 그리고 상대방을 공격할 수 있는 포탑의 색깔이 나와 있습니다.

이 정도면 탄탄한 구성인 셈입니다.


전투함은 공격과 방어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공격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상대방이 나의 기함을 공격하기 위해서는 어떤 면이든 전투함을 제거시키고 공격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다다익선인 것이 전투함이죠. 그래서 게임 가운데 틈틈이 전투함을 보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전략입니다. 전투함은 사방의 각 면에 최대 세장까지 놓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3x4 = 12장의 전투함을 갖춘다면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가 되겠지만, 사실 게임 중에 그 정도의 보강을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게임 주된 액션은 행동카드 사용에서 나옵니다. 매 턴마다 플레이어는 카드를 제한된 한도 내에서 원하는 만큼 교환하고 손에 가진 카드 역시 (할 수 있다면) 원하는만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행동카드의 주된 용도 중 하나는 함포공격입니다. '레이저 포', '입자빔 포', '맥 블래스트' 세 종류의 함포 공격은 해당 공격의 색깔이 자신이 갖고 있는 전투함의 함포 색깔과 같을 경우 해당 방향으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 방향(남쪽 방향)에 녹색 함포가 있는 전투함이 있을 경우 내 손에 있는 녹색 레이저 포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거죠. 다만 이 경우 상대방이 받는 피해도 반드시 남쪽 방향이어야 합니다.

이제 순양함 '레퍼드'는 4 이상의 공격을 받으면 파괴됩니다.


공격 받은 전투함은 상대방이 사용한 카드를 깔아 놓아서 현재 입은 피해를 표시합니다. 누적된 피해가 전투함의 내구력을 넘을 경우 해당 전투함은 파괴됩니다. 만약 전투함이 파괴된 방향에 다른 전투함 카드가 없을 경우 그 플레이어의 해당 방향은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오른쪽에 있던 한 장의 전투함이 파괴되었을 경우, 이제 그 플레이어에게 들어오는 오른쪽 공격은 모두 기함이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기함이 공격을 받다가 내구력 8을 넘는 공격을 당할 경우 해당 플레이어는 패배하게 되는거죠.

아직까지는 그럭저럭 버틸만한 상태.

기함마저 내구력이 3 남은.. 아주 위태한 상황.


기본적인 룰은 이게 전부입니다. 4면에 있는 상대방의 전투함을 한쪽이라도 공격해서 빈틈을 만들고 그 빈틈을 공격해서 상대방의 기함까지 전복시키는 겁니다.

 

게임의 룰숙지에 있어서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면, 사실 카드의 세부적인 사용 방법에서 나옵니다. 아예 이 리뷰가 어느정도의 룰 숙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항목으로 설명해보죠.


1. 함대증원

같은 자원 세 장을 냅니다. 다만 그 카드의 기능도 희생해야 합니다.

일단 중요한 것은 세 종류의 자원을 동종의 3개, 혹은 이종의 3개로 모아서 함대를 증원 시키는 것입니다. 함대 증원에 사용된 카드는 본래의 기능을 사용하지 못한채 버려지기 때문에 아까운 감이 있지만, 전투함 한 장을 보강시킬 수 있으므로 중요한 기능입니다. 함대 증원은 게임에서 함대 이동 단계 전에 행해집니다.

 



2. 특별 행동 카드

한글판인 덕분에 행동카드 운용이 편해졌습니다.

수시로 쓸 수 있는 기타 행동 카드들은 말 그대로 카드에 쓰여진 항목에 따라 운용하면 됩니다. 즉시 함대증원을 시켜주는 달콤한 카드 부터 추가 행동카드를 뽑을 수 있는 기능, 상대방 방어를 무력화 시키는 카드 등 그 용도가 다양합니다.

 



3. 직격카드

직격으로 공격을 두 번 행사한 경우.

간단히 설명하자면 공격을 두 번 할 수 있게 해주는 카드입니다. 직격 카드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지만, 공격 조건이 충족될 경우 (방향과 함포 색깔) 두 장의 함포 공격 카드를 연속으로 쓸 수 있게 해줍니다. 정확히 묘사하자면 공격 -> 직격 -> 2차 공격이 되겠죠.

직격에 이어 '직격효과' 카드를 쓰는 경우.

한편 2차 공격 대신 다양한 직격 효과를 내주는 직격 효과 카드들을 대신 쓸 수 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상대방 전투함을 훔쳐온다든지, 상대방 전투함을 자기멋대로 이동시키는 카드 등, 당하는 사람이 뒷목을 잡게끔 만드는 다양한 효과들이 있습니다.

 



4. 비행대

전투함 가운데 항공모함이 있을 경우 비행대를 보낼 수 있습니다. 손에 있는 카드들 가운데 전투기와 폭격기를 비행대라고 부르며 특성에 따라 같은 위치 혹은 다른 위치의 전투함이나 기함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비행대는 구성하고 있는 카드를 동시에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공격효과도 크거니와 1회용이 아니라 계속 쓸 수 있습니다. 엄청난 혜택이죠.

항공모함과 전투기, 폭격기 카드들.


다만 큰 조건이 있으니 비행대 공격을 통해서 상대의 전투함이나 기함을 격추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다시말해서 비행대 카드들은 상대방 전투함이나 기함에 깔려서 피해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말그대로 'All or Nothing'으로 공격이 성공할 수 있을때에만 출격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상대방의 전투기 반격, 특수 카드 중 비행대 카드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카드 등 다양한 반격효과가 있기 때문에 효율이 좋은만큼 실패 확률도 만만찮은 것이 바로 비행대 공격입니다.

 


[맥 블래스트]는 간단한 게임이니만큼 진행의 리듬감도 탁월합니다. [도미니언]처럼 그야말로 숨가쁘게 넘어가는 정도는 아니지만, 카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우주전쟁이라는 테마가 게임중 잘 살아납니다. 심지어 매뉴얼에 엄연히 명시된 '입으로 내는 음향효과 ('빠숑빠숑')까지 준수한다면 그 분위기는 점점 더 고조됩니다. 점잖스레 하는 전략게임은 아닐지언정, 적어도 유쾌한 MT 게임으로는 충분하다는 뜻이죠.


여러모로 굵직한 게임의 사이사이에 쉬어가는 느낌으로 간단히 돌리기 좋은 게임입니다만, MT 게임 특유의 속성으로 '필 받으면 이걸로만 밤새는 게임'의 대열에 오르기도 합니다. 우주전쟁이라는 테마가 아주 보편적이진 않지만, 돌리다보면 그 유쾌함이 테마보다 더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요. 큰 맹점중 하나인 카드 기능 숙지의 어려움이 한글판 발매 때문에 수월해진 것도 빼놓을 수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