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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새로운 바람. 미국의 보드게임 대여 서비스. 그 전망은?

보드게임 익스체인지의 메인 화면



얼마전 '보드게임 계의 넷플릭스(미국의 거대 DVD 대여 체인)'를 표방하며 새로운 사이트인 '보드게임 익스체인지(http://www.boardgameexchange.com/)'가 런칭했습니다. 말 그대로 보드게임 대여 서비스죠.

웬지 생소한 느낌의 서비스지만 최고의 포탈 사이트인 보드게임긱과 연합까지 하면서 기세 좋은 런칭을 시작했는데요, 단순한 유료 대여 스타일이 아닌 회원제를 통한 꽤나 치밀한 운영을 꾀하고 있습니다. 그냥 치기어린 사업으로 보기에는 그 규모가 꽤나 만만찮습니다.

 기본적인 과정을 보면 4개월, 8개월, 12개월 기간 회원제로 운영을 합니다. 물론 개월수가 많을 수록 월회비가 저렴하죠. 4개월 짜리는 $32.99, 8개월 짜리는 $29.99, 12개월은 $26.99 입니다. 이 회비에는 한 달에 최대 2개까지 빌릴 수 있는 렌트비, 그리고 대여시 오가는 우편 비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회원들은 각 카테고리 별로 비치된 게임을 선택해서 바구니에 담고, 한 번에 최대 2개까지 대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들의 최대 대여기간은...놀랍게도 없습니다. 회원 가입 기간 내에서 원하는 기간 동안 게임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문제는 월 회비가 계속 나가고, 새로운 게임을 대여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빌린 게임을 반송해야 하기 때문에 회비를 뽑기(?) 위해서는 당연히 반납을 빨리 해야하죠. 심지어 대여한 게임을 소정의 추가 금액을 낸 뒤 구입할 수 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종의 중고 구매 사이트 역할까지 하게 되는 것입니다.


홈페이지에서는 이 서비스가 고가의 보드게임을 구입후 플레이 성향이 맞지 않아 실망했던 경험이 있는 유저들을 위한 서비스라는 점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점이야 보드게이머들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죠.

다만 이런 서비스의 경우 유저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관건인데, 보드게임 익스체인지에는 거의 어지간한 보드게임들이 모두 준비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12개월 기간 회원인 골드 멤버들만 특별히 선택할 수 있는 게임들까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적인 렌탈 서비스같지만, 사실상 생겨날 수 있는 문제도 묵과할 수 없습니다. 일단 제일 큰 문제는 대여시 오가는 구성품 분실이나 훼손에 대한 문제인데요, 보드게임 익스체인지는 약관 언급에 앞서, 본 서비스가 유저와의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고 그간의 경험상 '보드게이머들은 일반적으로 제품을 아끼는 성향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상정하고 있습니다. 또 모든 게임의 분실/훼손을 대비하기 위해 샘플 제품을 구비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분실품이나 손상품이 생겼을 경우 회원 당사자가 추가의 비용지불로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신선한 충격이긴 합니다. 국내에서도 대여 건수당 지불하는 형태의 대여업은 있었지만, 그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고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정착화는 되지 않았었죠. 반면 보드게임 익스체인지는 거대한 유통망과 온라인 포탈 사이트와의 연계, 그리고 회원제 운용이라는 키워드로 보드게임 대여업의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갈 전망입니다.


역시 이런 소식을 접하고 나면 국내시장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죠. 본격적인 전략게임들에 있어서는 수입게임 위주이고. 이점에 있어서는 사실상 다양한 선택의 폭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게임을 갖고 있는 업체가 거의 없기에 실질적으로 이런 서비스가 국내에서 소규모 회사를 통해서 운영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일단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새로운 화제의 신작 입고, 혹은 대여품의 선택에 있어서 동시 대여하는 회원들을 커버할 수량의 폭이 많지 않다면 곧 서비스 자체가 무의미해질 테니까요. 게다가 게임 수급이 원활치 않다면, 위에서 언급했던 분실/손망실 부품에 대한 처리도 난감해 질 수 도 있고요. 퍼블리셔를 겸하고 있는 대형업체들 선에서 가능할 일일 수 도 있겠지만, 그 역시 전적으로 내수용 라이센싱 게임에 한정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내 서비스의 전망은 어떨까요? 앞서 이야기 했듯이 보드게임 익스체인지에서 제공하는 보드게임의 종류는 굉장히 방대합니다. 각각의 게임에 대여 가능한 수량은 알 수 없지만 선택의 폭은 넓은 편이죠. 1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아우르는 회원제도 역시 분명 이 사업을 장기적인 추세 정도로 떠나서 아예 하나의 신흥사업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의 발현이고요. 한편 미국의 소매업자들에게 있어서는 보드게임 문화 자체의 활성화가 될 수 도 있겠지만, 반면 기본적인 판매가 침체될 수 도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 될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는 보드게임 익스체인지 사업이 장기적으로 파악하지 못한 뜻밖의 변수들을 고려해야합니다. 아마 이 사업에 대한 총평은 사이트 런칭과 함께 가입한 1년짜리 회원들이 재가입을 해야하는 1년 뒤 정도에서 내려볼 수 있겠죠. 전미국적으로 진행되는 보드게임 대여업이 어떤 바람을 불러일으킬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