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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추리 게임의 원조 [클루] (Clue/1948)


보드게임에서 '추리'의 요소란 소재만으로도 관심을 불러일으킬만 하지만, 막상 게임을 구현해 내기에는 제한적인 것도 사실입니다. 일단 추리라는 것이 어떤 행각을 밝혀내는 것이니까 매번 게임을 할때마다 참신함이 떨어질 소지가 있죠. 왜냐면 추리의 과정에서 필요한 단서의 제공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으니까요.

흔히 [스코틀랜드 야드]나 [미스터 잭], (최근작인) [넌스 온더 런]을 추리 게임으로 보기도 하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 게임들은 '추적 게임'이 더 맞습니다. 행적을 추리하기 보다는 경로를 추리해야하고 결과적으로 해당 범인들을 잡기 위해 말을 움직여야 하니까요. 순수한 추리 게임에 비해서 좀 더 액션이 있는 편이죠.


반면 행적 자체를 순수하게 추리하는 게임은 (역시 최근에 나온) [미스테리 익스프레스]나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같은 게임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하지만 추리 게임하면 생각나는 게임은 역시 클루입니다.

그럴 수 밖에요. 안소니 프랫의 이 게임이 처음 발표된 해는 무려 1948년입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환갑도 넘은 셈입니다. 그 동안 [클루]는 심슨 버젼을 비롯해 수많은 대중문화의 캐릭터 버젼으로 발매 되었고, 1985년에는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 정도면 단순히 하나의 게임이라기 보다는 문화현상으로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지난해에 제작사인 하스브로에서는 새롭게 디자인을 일신한 2009년 버젼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화려한 외피를 갖고 있다고 해도 그 원론적인 재미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간단한 게임 답게 [클루]의 내용물들은 소박합니다. 대저택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보드는 크지만 그 외의 컴포넌트들이 차지하는 공간은 박스의 3분의 1도 안채워질 정도입니다.



대저택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확실한 것은 초대된 사람들 가운데 범인이 있다는 것. 초대된 이들은 이제 각자가 탐정이 되어 범인을 찾아내야만 합니다.

[클루]의 기본 룰은 간단합니다. 소위 말하는 '디덕션'-'소거법' 방식이죠. 목표가 되는 것을 찾기 위해서 목표가 아닌 것을 찾아서 하나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입니다.


간단하게 룰 설명을 해도 충분할 듯 합니다. [클루]에서 플레이어들은 3가지 분야의 답을 찾아야 합니다. 하나는 '범인', 하나는 '살해 도구', 마지막 하나는 '장소'입니다. 이 3가지 조건의 답을 찾아서 '누가 어디서 어떻게' 살인을 저질렀는가를 밝혀내야 합니다.

각 분야별로 용의 선상에 올릴 누가, 어떻게, 어디서에 해당하는 카드들이 있습니다. 게임 시작과 동시에 플레이어들은 각 분야의 카드 중 하나씩을 보이지 않게 뽑습니다. 그리고 게임 동안 플레이어들은 이 카드들이 무엇인지를 밝혀내야 합니다.


설명이니까 예를 들어보죠. 이번 게임에서는 '스칼렛', '도끼', '부엌'이 뽑혔습니다. 결국 "스칼렛이 부엌에서 도끼"로 살인을 저지른 셈입니다. (섬뜻하군요)


물론 실제 게임에서는 이 카드들을 보이지 않게 뽑습니다. 그리고 게임이 끝날때까지 비밀에 붙여질 수 있도록 준비된 비밀 봉투에 이 카드들을 집어 넣습니다.

정답에 해당하는 카드들을 제외한 모든 카드들은 이제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오픈됩니다. 그리고 게임의 진행동안 플레이어들은 돌아가면서 자신이 갖고 있는, 혹은 남이 갖고 있는 카드들을 점검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을 찾아야 할까요? 당연히 '현재 플레이어들이 들고 있지 않은 카드들'을 찾아야 합니다. 왜냐면 없는 카드들이 그 봉투에 들어있는 카드들일테니까요.


게임이 시작되면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말을 이동하면서 단서들을 찾을 수 있는 방으로 갑니다. 단서를 얻을 수 도 있고 다른 혜택을 얻거나 시간 제한을 앞당기는 음모카드를 볼 수 도 있습니다.


물론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이 본 단서 카드를 용의선상에서 제외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보았던 카드는 적어도 정답이 아니니까요. 3가지 분야별로 '아닌 카드'를 빨리 골라낼 수록 진짜 정답을 찾는데 가까워 집니다.


위의 예를 들어볼까요? 플레이어는 용의자 카드 가운데 '머스타드'를 뽑아서 체크를 했습니다. 그리고 용의자 가운데서는 스칼렛을 제외하고 모든 용의자 카드를 '목격'했습니다. 그렇다면 범인은 자동으로 스칼렛이 되는거죠.

쉽게 찾아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과정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습니다.



2009년 새롭게 발표된 [클루]는 이전 버젼에 포함된 캐릭터 피겨 대신 조금은 단조로운 말로 대체 되었고, 살인도구는 나름의 금속성 느낌이 나는 예쁜 콤포넌트로 만들어 졌습니다.



무엇보다도 디자인의 생동감과 디테일이 제일 진일보 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의 클루가 일러스트로 그려진 캐릭터였음에 비해 실제 인물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더욱 실감이 나게 했습니다. 단조로움 가운데서 실재감을 더욱 살린 셈이죠.


[클루]는 소거법 형태의 추리 게임으로서 후대의 다른 게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최근에 나온 화제작 [미스터리 익스프레스]는 [클루]의 직계 후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고요.

'살인사건'이라는 재밌을 수도 혹은 섬뜻한 테마를 게임으로 잘 자아낸 게임입니다. 아이들 교육상으로 조금 우려가 되는 구석도 있지만, 사실 게임 진행은 어린이들도 할 수 있을만큼 쉽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