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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영화로 만들어지는 보드게임들 이야기 (1)

보드게이머들에게 있어 영화와 연결되는 보드게임들이라면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주만지] 그리고 [자투라] 정도의 영화가 떠오를 것입니다. 하지만 두 영화는 유명한 보드게임을 영화화 한 것이 아니라, 영화의 소재를 위해서 가상의 보드게임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냥 보드게임이라는 설정이 영화의 소재가 된 것이죠. (물론 이 영화들의 개봉 이후 영화를 소재로한 동명의 보드게임들이 만들어지긴 했지만요.)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쥬만지] 어느덧 추억의 영화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실제로 퍼블리싱 된 보드게임들의 영화화 계획이 러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 회사인 하스브로(Hasbro)의 보드게임들의 영화화죠.

사실 하스브로의 보드게임 영화화 기획에서 구체화 된 작품은 아직 없습니다. 대부분은 기획에 해당되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죠. 미국의 완구회사인 하스브로가 영화 분야에서 이렇게 열정을 보인 것은 뭐니뭐니해도 2007년 작품인 [트랜스포머]의 성공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이전까지는 자사의 액션피겨 시리즈인 [지.아이 조]나 [트랜스포머]의 애니메이션 버젼 정도가 하스브로가 내세우는 영상물의 라인업이었는데 반해, [트랜스포머]의 성공으로 이제 하스브로는 실사 영화에 대한 원대한 비젼도 갖게 되었죠.

영화 [트랜스포머] (2007)

영화 [G.I. 조] (2009)에 나오는 '뵨사마' - 이병헌


올해 2009년은 하스브로의 큰 도약이 있던 해입니다. [트랜스포머]의 속편인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과 이병헌의 출연으로 화제가 되었던 [지.아이.조]의 실사판이 공개되었죠. 평론가들은 이 영화들에 대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지만, 사실상 하스브로의 중역들이 이런 평론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쓸거 같지는 않습니다. 누구 말마따나 이들에게는 이런 시도가 더욱 중요할테니까요.


사실 하스브로의 보드게임 영화화 라인업을 보면 입이 딱 벌어집니다. 그 진원지는-1985년에 이미 한차례 영화화된 적 있는- [클루]의 리메이크 발표부터 시작되었죠. 정작 [클루]의 프리프로덕션이 미적지근 해지자 이번에는 하스브로의 메가힛트 게임인 [모노폴리]의 영화화 계획이 발표되었고, 그 뒤로 다른 게임들의 영화화 기획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굴지의 영화사인 유니버설 덕분이었습니다.  유니버설은 [클루], [모노폴리] 등의 영화화 판권을 구입했고 여기에 다른 영화사들도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 읽을거리로 현재 기획중인 보드게임-영화들을 몇 가지만 정리해 봅니다. 확실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아직은 루머단계이고 언제든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클루 (Clue)

85년 영화의 포스터


이미 1985년에 조나단 린 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된 바 있습니다. 2008년에 나온 잡지버젼 BM에서도 한 번 이 영화에 대해 다룬적이 있었죠. 

영화 개봉 당시 홍보의 태그라인도 "It's Not Just A Game Anymore! (이젠 더 이상 게임이 아니다!)"였다고 해요. 보드게임의 영화화답게 여러 캐릭터가 범인으로 결정되는 다양한 결말을 선보여서 나름 신선한 충격을 주었는데, 그에 비해 흥행수익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영화화가 된다면 리메이크가 되는 셈이죠. 하스브로의 보드게임 영화화 루머의 시발점이 되었지만, 2년이 다되가는 지금도 뚜렷한 소식이 오가지는 않고 있습니다.

얼마전 국내에서도 발매된 [클루]의 신판.



[클루] 영화화의 판권을 산 유니버설사는 (85년작은 파라마운트의 작품이었습니다) 감독을 고어 버빈스키가 맡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고요. 버빈스키는 유명한 해적 시리즈인 [캐러비안의 해적] 3부작의 감독으로,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 역시 디즈니랜드에 있는 놀이기구를 원작으로 한 영화였죠. 초기 발표당시 개봉은 2011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모노폴리 (Monopoly)

현재까지는 가장 구체화가 된 기획입니다. 하스브로의 최고 빅힛트 게임인 [모노폴리]의 영화화 소식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감독 내정자가 리들리 스콧이라는 루머 때문이었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에이리언], [킹덤 오브 헤븐], [글래디에이터] 등 선이 굵은 영화들을 주로 만들어왔던 리들리 스콧의 연출이 보드게임과 맞느냐에 대해 인터넷 상에서는 많은 논란들이 있었습니다. 사실상 논란이라기 보다는 비난에 더 가까웠죠.

심지어는 유튜브에서 '리들리 스콧이 모노폴리의 영화버젼 감독을 맡는다니!'를 주제로 스탠드 업 코메디를 하는 코메디언들의 동영상까지 뜨기도 했습니다. 비난의 근거는 아무래도 85년의 [클루] 영화의 낮은 완성도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질낮은 작품이 나올 소지가 뻔한 영화를 리들리 스콧 같은 거장이 맡는다니! 대충 이런 의견들이었죠.


이에 제작자인 프랭크 베더는 LA 타임즈에서 [모노폴리]의 스토리를 소개했고 아울러 놀이기구를 영화화했지만 큰 성공을 거둔 [캐러비안의 해적]을 언급하며, [모노폴리]의 영화화 역시 성공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로 부정적인 의견들을 일축했습니다.


베더가 공개한 시놉시스에서는 모노폴리가 보드게임 자체로 등장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부동산 중계업자인 주인공이 보드게임 [모노폴리]의 달인이고, 그가 집어든 찬스카드 덕분에 실재와 환상이 오가는 상황 - 모노폴리의 지폐가 실제 돈으로 통용되는 세상이 된다고 합니다-에서 주인공이 펼치는 모험담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제작자가 이렇게 열심히 토를 달았음에도 미국 기사들은 제작자인 베더의 부실한 제작경력 -그의 가장 최근 제작작품은 무려 10년전 작품인 [매리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입니다-을 들먹이면서 여전히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이죽거림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과연 이걸 어떻게 영화로...?



사실 대작을 주로 손대온 리들리 스콧이긴 하지만 [매치스틱 맨]같은 드라마 코메디에서도 강점을 보였던 그인지라 무조건 미리부터 실망을 할 필요는 없을듯 합니다.




계속됩니다...

2009/11/17 - [칼럼] - 영화로 만들어지는 보드게임들 이야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