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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경매와 눈치. 그 총합 [태양신 라] (Ra/1999)


[태양신 라]는 라이너 크니치아가 한창 경매 게임 라인업을 신나게 발표하던 시기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드림 팩토리(Traum Fabrick)], [모던 아트]와 함께 비견되는 작품이기도 하죠. 하지만 테마의 뼛속까지 경매를 잡고 있는 [모던 아트]에 비해서 [드림 팩토리]나 [라]는 사실상 경매의 시스템을 일부 차용했다는 점이 더 맞겠습니다.

[드림 팩토리]가 셋 컬렉션에 기반해 적당한 타일을 모으는 셋 컬렉션의 요소가 강하다면, [태양신 라]는 셋 컬렉션에 더해, 턴 순서간의 기회를 잡는 또 다른 고유의 요소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태양신 라]의 플레이는 심히 간단한 편입니다. 사실 게임 플레이보다도 라운드와 게임 종료후 얻은 타일들을 계산하여 어떻게 점수를 얻느냐는 여부가 규칙의 절반을 차지하죠.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턴에 주머니에서 타일을 뽑습니다. 경매를 발동시키는 '라' 타일이 아닐 경우 모든 타일들은 보드위에 놓여지고 새로운 타일이 나올때마다 누적되고 이 타일들은 물론 점수를 부여해줍니다.

주머니에서 '라' 타일이 나올 경우, 혹은 플레이어가 자의적으로 '라'를 외칠 경우 경매가 발동됩니다. [태양신 라]의 경매는 원스 어라운드, 다시 말해 한 바퀴 경매로 '라'를 발동한 플레이어가 마지막으로 기회를 잡아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물론 그 유리함이 항상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경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은 시작시 받은 3개(혹은 4개)의 태양 타일로 여기에 명시된 숫자들이 실제 입찰할 수 있는 입찰가입니다. 심지어 낙찰당했을 경우 사용한 태양 타일은 재사용이 불가능하므로 라운드별로 낙찰도 많아야 3번, 혹은 4번 받을 수 있습니다.

누적된 타일들을 모두 가져가므로 가능한 타일이 많이 쌓였을때 낙찰을 받고 싶지만, 그런 마음이야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하므로 신중해야합니다.


어짜피 다른 플레이어들의 3회 혹은 4회 낙찰기회가 사라질 수록 홀로 남아 원하는 만큼 입찰할 수 도 있지만, 주머니에서 종종 나오는 '라' 타일은 낙찰을 발동할 뿐만 아니라, 일정 수량이 나오면 라운드가 끝나는 시계역할을 하므로 이 '라'타일의 등장을 눈여겨 봐야 합니다.



획득한 타일을 통한 점수 획득이 다채로운 것도 [태양신 라]의 재미입니다. 파라오 타일처럼 누적시켜서 획득의 선두가 점수를 얻는 종류도 있고, 라운드 종료시에는 점수이지만, 게임 중에는 원하는 타일을 획득하게 해주는 신 타일, 모든 게임이 종료되고 조합에 따라 큰 점수를 얻게 해주는 건축물 타일등 다양합니다.

게임은 3라운드로 구성되어 있고, 매 라운드 종료마다 중간 점수 계산. 그리고 게임 종료 후 태양타일과 건축물 게임까지 마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이 승리합니다.



타일 뽑기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의 무작위 성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 라운드의 막바지로 갈 수록 생겨나는 눈치싸움입니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가 돋궈질수록 주머니에서 타일을 뽑는 무작위 성은 오히려 게임을 웃음바다로 넘기는 재미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의 재미는 오히려 이 게임의 '경매 요소' 보다 훨씬 우위에 있습니다.


고풍스런 신전과 이집트 문양이 가득한 일러스트에서 경매의 요소가 안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도 있겠지만, 전술했듯이 경매 요소가 유별나게 큰 것도 아니거니와 원스어라운드 방식상에서 태양 타일에 적힌 숫자를 일종의 '번제' 정도로 해석한다면 굳이 테마와 동떨어진 방식의 게임도 아니고요.



중요한 것은 스테디셀러로서 [태양신 라]가 만만찮은 재미를 갖고 있는 작품이란 것입니다. 경매 게임 본위의 분위기에 함몰되지 않고, 다양한 점수의 획득요소, 그리고 라운드의 종료로 갈수록 생겨나는 눈치싸움등이 좋은 삼위일체를 이룬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