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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어둠 속의 화물 쟁탈전 [카고 느와르] (Cargo Noir/2011)


디자인과 훌륭한 콤포넌트로 화제를 모으는 회사인건 사실이지만, 데이즈 오브 원더의 작품들을 단순히 외양적인 것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입니다. 북미지역을 대표하는 회사임에도 1년에 내놓는 대형 작품이 한 두개 정도라는 사실은, 바꿔 말하자면 그만큼 스테디 셀러가 되는 대표작이 늠름하게 존재한다는 것이겠죠. [티켓 투 라이드], [메모아 44] 시리즈, [쉐도우 오브 카멜롯] 등은 분명 보드게임 산업에 잊을 수 없는 자취를 남겼던 작품들입니다. 여기에 최근 지속적인 확장판을 내며 불을 지피고 있는 [스몰 월드]까지 포함시켜야 겠죠.


반면 지난 해의 [미스터리 익스프레스]는 전작들에 비해 큰 이슈가 되지 못했습니다. [클루]의 복잡한 변형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이 작품은 흔치 않은 테마라는 점에서 발매전부터 이슈가 되었지만, 이 제품이 발매된 이후에도 정작 데이즈 오브 원더의 라인업 중에서 화제가 된건 여전히 [스몰 월드]와 그 확장판들이었죠. 디자이너인 안트완 바우자는 차기작인 [7 원더스]로 그에게 떨어지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옮겨버렸고요.


그래서 [카고 느와르]는 데이즈 오브 원더에게 '절치부심'의 느낌이 있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미스터리 익스프레스]의 공동 디자이너이자 [카고 느와르]의 디자이너인 세르쥬 라제에게도 마찬가지였죠.


[카고 느와르]는 근 몇년간 나왔던 데이즈 오브 원더의 보드게임들 가운데서 가장 간단한 규칙을 자랑합니다. [미스터리 익스프레스]나 [스몰 월드] 보다는 훨씬 간단하고, 효자 시리즈인 [티켓 투 라이드] 가운데서 베이직 게임인 미국판의 규칙에 필적할 정도인것 같아요.


진행은 크게 세가지로 나뉩니다. 전 라운드에 투입한 선박들을 처리하고, 지금까지 모아놓은, 그리고 이번 턴에 획득한 화물들로 카드를 구입, 그리고 다시 소유한 선박들을 투입하는 절차입니다.


크니치아의 [드림 팩토리]에서처럼 각 지역은 수량의 편차가 있는 화물 타일들이 존재합니다. 플레이어들은 원하는 화물들이 있는 칸으로 가서 입찰을 하는데, 혼자 입찰때에는 코인 한 개 이상, 다른 플레이어가 이미 입찰한 상태에서는 그의 입찰가 이상을 올려놔야 합니다. 입찰시에는 플레이어가 최초 게임시 받는 선박 3개 중 하나를 투입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지역별 입찰의 결과는 라운드를 거듭하며 한 명만 남을때까지 미뤄집니다.


인원수에 따라서 10라운드 가량이 이어지는데, 생각보다 한 지역에서의 입찰이 몇 라운드를 끌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어짜피 화물 획득이 미뤄질수록 손해보기는 피차일반이고, 입찰을 포기시 지금까지의 입찰가를 되돌려 받기 때문이죠. 아무튼 지역별 입찰은 [카고 느와르] 액션의 핵심입니다.


나머지 선박들 투입 가능 지역은 마카오의 암시장 혹은 카지노인데, 암시장은 그냥 코인2개를 받는 것, 카지노는 자신이 소유한 화물을 교환하거나 아니면 무작위로 주머니에서 하나를 뽑는 곳입니다. 이 역시 한 가지의 액션당 선박 한개가 필요합니다.


한 편 가져온 화물 타일들의 조합에 따라 적절한 카드를 사와야 합니다. 화물 타일은 동종의 조합일때는 가치가 배수로, 이종의 조합일때는 수열치로 늘어나게 되는데, 이를 잘 묶어서 가치있는 카드들을 사오게 됩니다. 저렴한 카드를 단발적으로 사오거나, 아니면 크게 한 방을 터뜨릴 비싼 카드를 사올 수 가 있는데, 비싼 카드의 경우는 종류별로 한장씩 밖에 없어서 다른 플레이어가 선수를 칠 수 도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아울러 큰 한 방을 위해 타일을 모으려고 해도 초기에는 타일을 6개 이상 적재할 수 없으니 이도 고려를 해야합니다.


[카고 느와르]는 처음에는 심플한 게임 특유의 심심함이 느껴지지만, 하면 할수록 맛깔스러운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초기에는 선박이 3개 뿐이고, 타일도 6개의 저장공간 밖에 없지만 3종의 특수 카드를 통해 선박과 저장공간을 늘리면서 전략의 폭이 넓어집니다. 여기에 동종의 화물 타일을 서로 모으는 분위기라도 느껴진다면 같은 타일 획득을 위해 싸우는 분위기도 연출이 됩니다.




5인플까지 진행이 가능하고 인원수가 적어질수록 투입 지역이 적어지는 (지역에 배경판을 양면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2인플임에도 나름의 재미를 선사합니다. 이는 어짜피 경매 투입 가능한 지역이 적어질 수록 마카오에서의 자금 획득/무작위 타일 획득이 우회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회사의 이름값을 하는 맛깔스러운 콤포넌트들도 한 몫을 합니다. 특히 큼지막하게 생겨서 쌓아올릴 수 있는 코인, 그리고 그 코인에 귀엽게 생긴 선박 피겨를 올려놓는 액션은 보드게임에서의 '손 맛'이 무엇인지를 실감케 해줍니다. 같은 규칙이었다고 해도 이런 콤포넌트들이 아니었다면 그 재미는 크게 반감 되었을 겁니다.

한편으로는 일부 콤포넌트들의 불량사례 -선박 피겨가 기형(?)이거나 화물 주머니의 튿어짐이 잦은점-가 다소 있는 편입니다. 무엇보다도 펀칭 후에 화물 타일들을 넣을 공간이 트레이 내에 없다는 점은 보유자들을 다소 아연실색하게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카고 느와르]는 '치고 빠지는' 직관성이 뚜렷한 게임입니다. 그야말로 '시원시원하게 진행되는 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들에게 적합한 작품이죠. 아울러 룰의 간결함 덕분에 '카탄'이나 '티켓 투 라이드' 처럼 입문용 게임으로 추천하기에도 좋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카고 느와르]가 [미스터리 익스프레스]에 이은 절치부심의 결과로 그 몫을 했냐고 본다면.. 네, 충분히 그런 평가를 받아 마땅한 게임입니다. 캐릭터나 맵 구조 자체가 존재하지를 않아서 선배인 [티켓 투 라이드], [스몰 월드]처럼 확장이 우수수 쏟아질 만한 게임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만큼 간단한 게임으로서 [카고 느와르]가 갖고 있는 자기 완결성은 의미가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카고 느와르]는 현재 시점에서 데이즈 오브 원더가 제일 필요로 하는, 그런 형태의 게임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